“내 사후에도 굶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4년 간 매달 저소득 가정에 쌀을 지원한 사단법인 ‘사랑의 후원회’ 김허남(95) 이사장이 부산 서구에 4,939㎡의 땅(30억원)을 기부하기로 하고 14일 기탁식을 갖는다. 오랫동안 해온 결식예방사업이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1920년 함경북도 명천에서 태어난 김 이사장은 대학시절 백범 김구 선생의 학생 비서로 생활했다. 6·25전쟁 때 부산으로 내려와 나라를 살리는 길은 교육에 있다고 보고 한양공고 교사로 일했다. 그러나 전쟁 때문에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 야학을 하면서도 월급을 털어 아이들을 먹였다. 1954년 학교법인 백민학원을 설립해 현 송도중학교와 부산관광고등학교를 운영하며 제일 먼저 한 것도 미군 원조를 받아 결식아동들에게 급식을 먹이는 일이었다.
지난 2000년부터는 매월 쌀(10㎏) 100포대씩을 나눠주기 시작해 1만6,800가구에 42억원 상당을 지급했다. 또 지난 2007년에는 결식예방사업을 위해 ‘사랑의 띠잇기’ 봉사단을 만들어 지급까지 교복ㆍ보청기 등 무료지원 사업 등 봉사활동을 해왔다. 김 이사장은 “배고픈 사람이 하나도 없는 국가가 1등 국가이며, 나라와 민족사랑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며 “사후에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계속 쌀을 나눠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다”고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서구는 기탁한 땅을 매각해 얻는 연간 3,800여만원의 이자 수익금으로 김 이사장 사후에도 결식예방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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