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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개혁정신 쓰레기통에 처박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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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개혁정신 쓰레기통에 처박은 꼴"

입력
2015.07.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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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개혁 주체 승려ㆍ재가자 회동

서의현 前원장 복권 무효화 촉구

조계종, 29일 대중공사서 논의키로

조계종 신자 대표들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복권 결정에 대해 “종단 개혁정신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승가공동체를 욕보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조계종 신자 대표들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복권 결정에 대해 “종단 개혁정신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승가공동체를 욕보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994년 대한불교 조계종단의 개혁 당시 비리의혹과 재임시도로 승단에서 추방된 서의현(80) 전 총무원장의 승적을 회복시키기로 한 재심호계원의 판결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다. 당시 개혁의 주체였던 승려와 재가자 모두 잇달아 긴급회동과 회견을 갖고 “판결 무효”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계종 신자 72명으로 구성된‘94년 종단개혁 동참 재가자 일동’은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심 판결은 종단개혁 정신과 법통, 종헌종법(종단 내부 법률)을 짓밟은 것”이라며 서 전 원장의 복권 결정 무효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멸빈자에 대한 사면 문제는 종단개혁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정당한 공의절차에 따라야 하는데도 (재심호계원이)결정하지 말아야 할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개혁정신을 부정하고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승가공동체를 욕보인 꼴”이라고 격분했다.

당시 비리 의혹과 종단 개혁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이들은 “서 전 원장 등은 당시 온갖 비리와 종단의 정치 예속화를 만들어내고, 사찰을 개인금고처럼 사용한데다, 총무원장 3선을 강행했다”며 “당시 300여명의 폭력배들이 조계사에 난입해 개선을 요구하는 스님들과 청년, 대학생들을 폭행한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어진 전국승려대회에서 결의된 서 전 원장의 추방 등 개혁 행보가 함부로 돌이켜선 안 될 성질의 선언이라는 취지다.

이들은 “종단이 과연 그 이후 몸집만 커졌지 정신까지 성장했는지 의문”이라며 “서 전 원장 승적의 무단복권을 백지화 하는데 온 대중과 시민의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에는 윤남진(당시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및 승가종단개혁추진위 간사), 박재현(당시 개혁회의 기획조정실 소속), 이영철(당시 불교를 바로세우기위한 재가불자연합 집행위원장), 우성란(당시 대한불교청년회 총무국장), 류지호(당시 개혁회의 기획조정실 소속), 김남수(당시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지도위원)씨 등 72명이 참여했다.

앞서 10일에는 당시 종단개혁을 이끈 조계종 스님 14명이 긴급회동을 갖고 이번 판결을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2시간 넘는 회의 끝에 “서 전 원장의 재심 판결의 과정과 내용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며 이에 대한 사실관계와 법적인 문제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판결의 무효는 물론이고, 판결 과정에 대한 종단차원의 조사와 책임자 문책 등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요구했다. 입장문 발표에 동참한 이는 당시 종단 개혁을 이끌었던 청화, 명진, 도법, 법인, 일문, 진명, 퇴휴, 혜조, 현응, 지홍, 영담, 부명, 법안, 현진 스님 등이다.

조계종 내부에서는 판결에 공감을 표하고 있는 일부 지도부와 이에 반발하는 일반직 종무원들의 정서도 크게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조계종은 오는 29일 ‘조계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대토론회) 5차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18일 조계종 사법기구인 재심호계원은 서 전 원장이 “제대로 된 멸빈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21년 만에 제기한 재심 신청을 받아들여 멸빈 징계를 공권정지 3년으로 낮춰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 전 원장은 승적 회복을 위한 행정적 절차를 거치면 조계종 승려로 돌아오게 된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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