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보고 싶을 거에요."
슈퍼주니어의 콘서트 브랜드 '슈퍼쇼'가 당분간 휴업에 들어간다. 데뷔 10년을 대표하고 슈퍼주니어를 상징하는 공연이지만 멤버들의 줄 이은 입대 계획으로 정상 운용이 불가능해졌다.
월드투어 형태로 열린 '슈퍼쇼6'의 앙코르 공연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3시간 넘게 무대를 달궜던 슈퍼주니어는 끝무렵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 땀이 뒤범벅된 채로 멤버들은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1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 그 과정에서 겪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 갈등 속에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됐던 추억 등이 버무려져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좀처럼 눈물이 없기로 유명한 희철은 오열에 가까웠다. "아 이 건 내 캐릭터 아닌데"라면서도 흐르는 눈물은 멈추는 법을 몰랐다. 마음을 가다듬고 "단지 공연을 못하는 게 슬픈 일이 아니다. 여러분도 보고 싶겠지만…"이라며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또 금세 흐느껴 울었다.
심호흡을 쉬고 나서 희철은 "아, 내가 갈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라며 작은 목소리로 "정말 보고 싶을 거야"라고 말해 공연장이 떠나갈듯한 여성 팬들의 함성을 받았다.
리더 이특은 앙코르 무대 때부터 이미 눈가가 흠뻑 젖어있었다. 그는 "공연 시작 전 대기실에서 우리가 언제 마지막일지 모르겠지만 미친 듯이 달려보자고 했다"며 "이제야 박정수가 누구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찰나에 이제 친구들이 떠난다"고 아쉬워했다.
맏형들의 눈물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슈퍼쇼'는 이제 동해, 은혁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멤버들이 줄줄이 입대하면서 최소 3년의 공백을 피할 수 없다. 10년을 누구보다 빛나게 보냈지만 어쩌면 다시 맛보기 힘든 순간일 수 있다. 10대, 20대 때 시행착오가 많으면서 생겨나는 추억과 또 다른 길에 마주하기 때문이다. 예성은 이 부분을 잘 알고 풀이했다.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아쉬움의 눈물일 것이다. 멤버들, 무대의 소중함을 정말 절실히 느끼고 돌아왔기 때문에 완전체가 아니더라도 좋은 모습을 약속 드린다. 이렇게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다."
슈퍼주니어는 2005년 데뷔해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으로 지내왔다. 중국인 멤버 한경이 이탈할 때도, 5년차 징크스에 빠져있을 때도 꿋꿋이 이름을 지켰다. '슈퍼쇼'는 이들을 똘똘 뭉치게 해준 버팀목이었다.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총 120회, 누적 관객 180만여 명이라는 기록은 덤이다. 아시아는 물론 파리, 런던, 산티아고 등 유럽과 중남미까지 섭렵하며 글로벌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안겼다.
이특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친구들이 왜 이렇게 좋을까. 많이 싸우고, 많이 미웠는데도 그렇다"며 "남녀간 사랑도 10년이 쉽지 않은데 우리는 이뤄냈다. 20년, 30년에도 이 자리를 계속 지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슈퍼쇼'는 잠시 막을 내리지만 슈퍼주니어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16일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미니앨범 '데블(Devil)'을 발매하고 입대 전 멤버들의 마지막 활동을 남겨두고 있다.
동해는 "1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그 옆에는 항상 여러분이 있었다. 이 곳이 정말 많이 그리울 것 같다"며 무대에 입을 맞췄다.
은혁은 "얼마나 될 지 모르겠지만. 잠깐 안녕이라고 생각하자"며 "슈주팬은 그 어느 팬보다 많은 고무신을 갖고 있지 않나. 얼른 돌아와서 정말 예쁜 신발로 갈아 신겨주겠다"고 약속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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