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갓 수확한 듯한 싱그러운 양상추, 탱글탱글한 피클, 통썰기한 양파, 입 안에서 착착 감길 듯한 노란 치즈, 살며시 삐져나온 소스, 윤기가 흐르는 도톰한 패티, 그리고 아낌없이 뿌려진 깨알. 광고 속 햄버거의 모습이다.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햄버거의 상태일테다. 광고에서는 햄버거의 이상(理想)을 고스란히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햄버거의 이상과 현실의 격차를 사진으로 비교했다.
햄버거를 주 메뉴로 하는 국내 패스트푸드 5개 사에서 주요 제품 3종을 구매해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을 비교했다. 제품은 패스트푸드점이 밀집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구입했다. 최초 만들어진 형태가 변하지 않도록 수직으로 가하는 힘을 최대한 줄인 상태에서 스튜디오로 옮겨 촬영했다. 제품의 재료가 가장 잘 보이는 촬영각도를 선택했다. 제품별로 구입에서 촬영까지 걸린 시간은 30분에서 40분이다. 왼쪽이 각사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이미지(각사 홈페이지 다운로드), 오른쪽 사진이 실제 구매해 촬영한 사진이다.
1. 롯데리아
2. 맥도날드
3. 버거킹
4. KFC
5. 파파이스
결과는 참담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컸다. 운반과정에서 발생하는 제품의 손실, 온도나 습도에 따른 재료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이미지의 차이는 현격했다. 이중 부피의 차이가 가장 도드라졌다. 특히 빵의 직경이 클수록 두께가 줄어드는 정도가 커졌다. 소고기를 원료로 한 패티를 사용한 제품의 부피가 닭고기에 비해 그 차이가 심했다. 형형색색의 야채나 채소 재료들은 본연의 색을 잃었고 여기저기 흩어졌다. 소스가 흘러 위생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제품도 있었다. 뿌려진 깨의 양 차이도 컸다. 겉모습만 보고 제품을 구분할 수는 없었다.
평소 패스트푸드점을 자주 이용하는 김기범(24)씨는 "신제품 출시 광고를 보고 직접 사서 먹어보면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며 "광고를 신뢰하지 않지만 알면서도 계속 속게 된다"며 말했다. 이새결(21)씨는 "모든 광고가 다 과장해서 훨씬 먹음직스럽게 보여줘 '광고 속 사진과 실제는 다르다'는 개념이 이미 자리 잡은 것 같다" 며 "그만큼 실제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서 딱히 화나진 않는다”고 광고와 현실을 구분했다.
이쯤되면 제품을 알리는 메뉴판, 광고 속 이미지 밑에 의례 써있는 "※ 상기 이미지는 실제 제품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 실제 제품과 다릅니다"라고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조영현 인턴기자 cyh19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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