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세계적인 스포츠카 브랜드인 페라리가 최근 새 모델 488 GTB(사진)를 공개했다. 458 이탈리아의 후속으로 만들어진 488 GTB는 페라리 기준으로 대중 스포츠카의 계보를 잇는 모델이다. 12기통 엔진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것에 비해 8기통 엔진을 얹었기 때문이다. 국산차에서 소수의 최고급 모델에만 쓰이는 8기통 엔진이 페라리에서는 대중적이라는 점이 슈퍼카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488 GTB에 1990년대 이후 사라졌던 GTB가 오랜만에 다시 붙었다. GTB는 ‘그란 투리스모 베를리네타(Gran Turismo Berlinetta)’라는 말의 머리글자다. 이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뜻하는 ‘그란 투리스모’와 스포티한 디자인의 쿠페를 가리키는 ‘베를리네타’를 합친 것이다.
과거에 GTB라는 표현은 지붕 부분만 떼어낼 수 있게 만든 GTS와 함께 페라리의 8기통 엔진 모델에만 쓰였다. 1975년 등장한 308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1995년 단종된 348까지 20여년 간 쓰이다 사라졌고, 2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모델명 앞쪽에 자리를 잡은 488이라는 숫자는 전통적인 페라리 8기통 엔진 모델의 작명법에서 벗어났다. 이전까지 대부분 엔진 배기량을 뜻하는 두 자리 숫자에 8기통을 뜻하는 8을 붙이거나 배기량을 세 자리 숫자로 썼다. 308과 328, 348, 458이 전자에 해당하고, 360 모데나와 F430이 후자다. 반면 488 GTB에서는 페라리의 간판인 12기통 엔진 모델에 주로 썼던 숫자 작명법이 응용됐다. 엔진의 실린더당 배기량을 세 자리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488 GTB가 대중적인 모델에서 벗어나 한층 뛰어난 성능의 12기통 엔진 모델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자동차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미로 보인다.
실린더당 배기량을 세 자리 숫자로 모델명에 넣은 것은 페라리가 설립 후 처음으로 1947년에 만든 125S도 같다. 이 차는 엔진 기통당 배기량이 125㏄였고, 기통이 모두 12개였으니 전체 배기량은 1,500㏄였다.
같은 방식으로 488 GTB의 엔진 배기량도 간단히 계산할 수 있다. 배기량이 488㏄인 기통이 8개가 있어 엔진 전체 배기량은 3,904㏄(실제 배기량은 3,902㏄), 즉 3.9ℓ다. 두 개의 터보 차저가 더해진 488 GTB의 8기통 엔진은 최고 출력 670마력을 발휘한다. 국산 고급 승용차의 3.8ℓ 엔진 최고출력이 315마력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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