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공제액 계산 잘못, 과세기준 금액 초과된 부분 80% 아닌 100% 공제해야"
법인들 유사소송 줄 이을 듯
기재부 "시행령 개정 등 검토"
국세청이 2009년 이후 6년 동안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법 취지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거둬들였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산세로 과세한 부분을 일부만 공제해줌으로써 이중과세를 해온 만큼 이 부분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경우 최대 수천억원대의 ‘종부세 환급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KT, 한국전력, 신세계, 국민은행 등 25개 대기업이 관할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부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종부세는 개인 또는 법인이 소유한 전체 부동산의 공시가격이 특정 금액을 넘으면 지방세인 재산세 외에 별도의 누진세율을 적용해 납부하도록 한 국세다. 재산세와 과세 대상이 동일하기 때문에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산출된 세액에서 해당 금액 구간에 대한 재산세액을 공제해준다.
소송의 쟁점이 된 건 2009년부터 도입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금액을 넘어서는 금액에 대해 80%를 곱한 금액에 대해서만 재산세율을 적용해 공제액을 산출한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8년까지는 2주택 보유자의 공시가격이 10억원일 경우 종부세 과세 기준 6억원을 초과하는 4억원에 대해 재산세율을 곱해 종부세액에서 공제를 해줬다. 만약 재산세율이 1%라면 공제액이 400만원이었다. 하지만 2009년 이후부터는 4억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곱한 3억2,000만원에 대한 재산세만 공제를 해주고 있다. 같은 재산세율일 때 공제액이 320만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해당 납세자는 80만원의 종부세를 더 물어온 셈이다. 소송을 제기한 기업들은 실제로는 4억원 전체에 대해 재산세를 냈는데 3억2,000만원에 대해서 공제를 해주면 나머지 8,000만원에 대해서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이중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대법원은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2009년 종부세법과 시행령이 개정됐지만,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종부세와 중복 부과되는 재산세액을 공제하려는 기본 취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서는 원래대로 80%가 아닌 100%에 대한 재산세를 공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재상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종부세 과세표준은 과세 대상 금액의 80%를 적용하고 공제할 재산세의 경우 100%를 모두 인정해 주게 된다면 20%에 대해서는 종부세와 재산세가 모두 부과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이 파기환송심에서 확정이 되면 국세청은 원고 기업들에게 모두 227억원을 되돌려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에 참여한 한국전력의 경우 이같이 재산정하면 납부해야 할 종합부동산세가 100억여원에서 76억5,000만원 가량으로 줄어 23억원 가량을 환급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판결로 이중 과세를 주장하며 종부세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건은 같은 방식으로 종부세를 납부해 온 개인들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다. 종부세 납세방식의 원칙은 2008년 말부터 자진신고에서 부과고지로 바뀌었다. 자진신고의 경우 국세기본법 등에 따라 납부한 지 3년 이내 경정청구나 소송을 낼 수 있는 반면, 부과고지의 경우 고지서를 받은 지 90일 이내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경우 환급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 원고 같은 일부 법인들을 제외하고 개인들의 경우 이의제기를 한 경우는 극히 일부분일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이들은 이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유사소송을 낼 수 있는 원고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이 역시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시행령 개정 등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시행규칙 개정 등에 나설 계획”이라며 “다만 세금 부담 정도는 그대로 하되 규정을 좀 더 명확히 하는 방식으로 규정 해석에 대한 이론의 여지를 없앨지, 판결 취지대로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바꿀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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