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당시 신세대의 상징이었다. 중성적인 외모가 매력 포인트였다. 다소곳하기 보다 당당한 모습이었다. 인기 TV드라마 ‘종합병원’(1994)에 출연했을 때 단번에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주목 받은 영화도 여성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조폭마누라’ 시리즈로 조폭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배우 신은경의 모습을 관객들은 쉽사리 떠올릴 수 없었다.
신은경이 눈물을 흘렸다. 12일 오전 방송된 SBS ‘잘 먹고 잘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에 출연해서다. 연애사실을 밝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애정을 드러내는 대목에서였다. 기쁨보다 회한, 두려움, 감사 등의 여러 감정이 뒤섞이며 빚어낸 눈물이었다.
신은경은 방송에서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깜짝 고백을 했다. “내가 연애할 자격이 있을까 고민을 했었는데 최근 사랑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도 털어놓았다. “상처받기 싫어서 마음의 문을 닫았으나 최근 나를 이해해줄 사람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신은경은 연인을 향한 진솔한 심정도 밝혔다. “당신은 죄인이 아니므로 숨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당신이 당당한 분임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 사랑한다”고도 했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연인과의 사이를 감추지 않겠다고, 떳떳하게 연인을 공개하며 둘만의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신은경이 열애 고백과 함께 흘린 눈물은 굴곡이 깊고 높았던 그의 과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신은경은 2003년 전 소속사 대표와 결혼했고 이듬해 아들을 낳았으나 2007년 사업실패 등의 영향으로 남편과 결별했다. 채권자들이 방송 촬영현장을 찾을 정도로 빚에 쪼들린 생활을 하기도 했다. 아들이 뇌수종 판정을 받기도 해 아픔이 더했다.
신은경은 1996년 인기절정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경험도 있다. 무면허로 음주운전을 했다가 경찰 단속에 걸려 배우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97년 과감한 노출을 마다하지 않은 영화 ‘창’(감독 임권택)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신은경의 순탄치 않았던 지난 시간들이 잘 알려져서일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의 열애 소식에 대해 응원의 목소리가 많다. “화이팅하세요! 예전의 좋은 모습 많이 보여주시길” “가정사가 엄청 불우하던데, 제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등의 글이 SNS와 기사 댓글란에 올라와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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