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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 먹는 날" "음식 즐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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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 먹는 날" "음식 즐기는 날"

입력
2015.07.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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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세대, "힘겨운 여름 날 수 있게 도와"… 폐업했던 가게까지 다시 영업

젊은 세대, "평소 고기 많이 먹는데 굳이…" 동료들과 기호 맞는 메뉴 찾아

초복(初伏)을 이틀 앞둔 11일 오후. 수은주가 36도를 찍은 불볕 더위에도 서울 체부동의 T삼계탕 집 앞은 30m 이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손님은 대부분 50대 이상이었고, 20,30대 젊은이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복날이 찾아왔다. 한국인들은 수천년 동안 여름철 중 가장 더운 시기를 열흘 간격으로 ‘삼복 더위’라 하여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쇠한 기운을 보충해 왔다. 하지만 ‘복날=보양식’이란 등식도 세대를 거듭하며 점차 변화하는 분위기다. 궁핍한 시절을 보내 먹을거리 하나가 소중했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영양과잉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은 굳이 보신에 연연하지 않게 된 것이다.

기성세대는 오랜 미풍양속답게 복날에는 보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강하다. T삼계탕 집에서 초등학교 동창 모임을 가진 박모(56ㆍ여)씨는 “복날에는 삼계탕을 먹어 줘야 힘겨운 여름을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복날 음식에 대한 향수는 폐업했던 보신탕 가게도 다시 불러왔다. 서울 도화동에 있는 35년 된 ‘대교 보신탕’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정ㆍ재계 인사가 즐겨 찾던 명소였다. 개고기를 금기시하는 세태변화 등으로 매출이 줄자 지난해 8월 한우식당으로 업종을 변경했던 이 가게는 올해 5월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복날 음식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한 단골 손님들의 성원 덕분이었다. 사장 오금일(60)씨는 12일“수요가 예전보다 줄긴 했어도 초복을 앞두고 길게는 수십년 간 가게를 찾은 단골들로부터 예약 문의가 빗발친다”고 귀띔했다.

반면 2,30대는 아무래도 복날 음식에 대한 정서가 기성세대 같지 않다. 복날을 챙기는 이들도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는 관습에 얽매여야 하냐고 되묻는다. 외국계 유통회사에 다니는 신모(31)씨는 “굳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삼계탕을 먹는다고 더위가 한 번에 가시겠느냐”며 “올 초복에는 친한 직장동료들과 함께 깔끔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는 장모(30)씨는 “평소 회식 등으로 육류를 많이 먹게 돼 복날이라고 굳이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개를 동반자로 인식하는 젊은 층이 늘면서 개를 식용으로 즐기는 복날 문화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김모(25ㆍ여)씨는 “반려견을 키우다 보니 복날은 개고기를 먹는 절기라는 선입견이 강해 복날 보양식 먹는 게 꺼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기 한 점이 귀했던 옛 세대에게 한여름 보양식을 먹는 것은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행위와 같았으나 요즘 젊은 층은 높아진 생활 수준에 맞게 각자 기호에 맞는 음식을 즐기는 날로 복날을 재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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