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이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망으로 중단된 지 11일로 7년이 됐다. 1998년 11월 시작돼 2008년까지 10년 동안 200만명 가까운 관광객을 실어 날라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금강산관광은 이젠 국민의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진 옛날 일이 돼버렸다. 금강산관광 중단을 시작으로 천안함 폭침에 따른 정부의 5ㆍ24 제재조치, 연평도 포격, 북측의 금강산 내 자산동결 조치 등이 잇따라 출구 없는 최악의 남북 대결구도가 계속되고 있다.
재개의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는 관광중단 사태로 관련 기업과 지역경제의 피해는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강원 고성군의 경우 생계가 하루아침에 막히자 부도를 내고 야반도주하는 상인들이 속출하고,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있다. 생활고로 인한 이혼 등 가정파탄도 부지기수다. 군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휴ㆍ폐업 업체는 410여개, 누적 경제손실은 2,400여억원에 달한다. 금강산기업인협의회에 소속돼 있는 49개 업체의 피해액도 8,000억원을 넘어섰다. 협의회에 따르면 이중 20개 이상 기업이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연락두절 상태라고 한다. 7년째 적자행진으로 1조원 이상의 매출손실을 기록한 현대아산은 직원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그나마 관광이 아닌 다른 분야에 근무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피해 상인이나 주민들에 대한 지원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는 관광재개를 위해서는 북측의 사과와 진상규명, 재발방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기업과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정치적 명분만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우리가 금강산 관광에 손 놓고 있는 사이 중국 관광업체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통일준비위원회 토론회 자리에서 “실질적 협력의 통로를 열기 위해 다양한 구상을 마련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다”고 북한의 책임을 거론했다. 그러나 지금의 남북관계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경색국면을 탈피할 돌파구를 찾기 어렵게 돼있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비무장지대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같은 사업도 한낱 백일몽에 불과하다.
정부는 5ㆍ24 조치의 전면해제가 어렵다면 금강산관광만이라도 재개할 수 있도록 협의에 나서야 한다.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정치적 실익 없이 우리 주민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대결적 국면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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