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감시기구 설치ㆍ운영론 확산
유성구 청구인 9000여명 명부 접수
늦어도 10월중 조례 제정여부 가닥
대전 유성구 주민들이 지역내 원자력시설의 안전성 감시 기구의 설치, 운영을 요구하는 조례제정을 청구함에 따라 주민들이 제출한 조례안이 현실화 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전에서 주민발의로 조례제정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일 대전 유성구청에 따르면 주민들로 구성된 ‘대전 유성민간원자력환경ㆍ안전감시기구 조례제정 청구 운동동부’는 최근 조례안과 함께 지역 주민 9,219명의 서명을 담은 청구인 명부를 제출했다.
주민들이 제출한 ‘유성민간원자력시설 환경ㆍ안전 감시기구 설치 및 운영조례안’은 20개조로 구성됐으며, 원자력연구원내 연구용 ‘하나로 원자로’와 유성 지역에 보관중인 방사성폐기물, 한전원자력연료의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 및 사고위험을 감시하기 위하여 민간 환경ㆍ안전감시기구의 설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하나로 원자로의 내진설계 기준 미흡, 중ㆍ저준위 방사성물질 보관, 연구원 방사능 피폭 등 안전사고 우려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직접 안전 감시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유성구는 주민들의 조례제정 청구인명부가 접수됨에 따라 행정처리절차에 착수했다. 조례 청구인 명부를 접수한 후 5일 이내에 접수내용을 공포하고 청구를 공표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동별로 청구인 명부 열람 및 이의신청을 접수한다. 조례제정을 청구한 주민들이 선거권이 있는 유성구 거주자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유성구는 청구인들의 적격여부가 확인되면 14일 이내에 조례규칙심의회 심의를 거쳐 수용,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린다. 수용될 경우 의회에 부의하고 의회는 60일 이내에 주민청구조례안 제정 여부를 결정한다. 행정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늦어도 10월말까지는 조례 제정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유성구가 조례제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조례안이 의회를 통과할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유성구는 조례안의 근거가 되는 원자력안전법에 연구용원자로 등의 안전을 감시하는 기구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어 조례를 제정해도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성구 관계자는 “상위법이 없는 상태에서 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하더라도 이를 지키라고 요구할 수 없는 상태”라며 “원자력안전위원회 활동에 지자체가 참여하도록 국회나 정부차원에서 법을 개정하거나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구는 법 개정 등을 위해 구민들을 대상으로 10만명 서명운동을 벌여 현재 8만여명의 서명을 받은 상태다. 이달 말께 원자력시설 안전 관련 정보공개와 지역민 목소리를 방영할 수 있도록 법 개정 등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정부에 보낼 계획이다.
구청의 소극적인 자세에 대해 주민들은 “조례의 근거가 되는 관련법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기존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관련법 개정 이전이라도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유성구가 조례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택회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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