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의 판매를 견인하고 있는 골프.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폭스바겐이 인기 모델인 골프 1.6 TDI 블루모션의 공인연비를 갑자기 15%나 낮췄다. 정부의 까다로워진 연비 검증에 맞춰 보수적으로 신고했다는 것이 폭스바겐코리아 입장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무려 15%나 연비가 하락한 것은 '폭락'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그 동안 허울 좋은 '뻥 연비'로 차를 판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 차 무게 91kg 줄었는데 연비는 15% '폭락'
폭스바겐이 지난 1일자로 에너지관리공단에 신고한 골프 1.6 블루모션 TDI의 연비는 16.1km/ℓ다. 기존 18.9km/ℓ보다 2.8km/ℓ나 낮다. 고속구간 연비는 21.6km/ℓ에서 17.5km/ℓ로 무려 4.1km/ℓ나 떨어졌다. 도심구간도 17.2km/ℓ에서 15.1km/ℓ로 2.1km/ℓ 줄었다. 경쟁 우위에 있다고 선전하던 현대자동차의 i30(17.3km/ℓ)보다도 7%나 낮게 신고했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현재 판매 중인 것과 동일한 모델을 재측정했다. 소비자에게 실연비와 가까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똑같은 모델을 재측정한 것 치고 하락 폭이 너무 크다는 이야기다. "같은 차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유로5 대신 더 엄격해진 유로6 배기 기준에 맞추다 보면 연비가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유로6 기준을 적용한 푸조 1.6 디젤이나 2,000cc급 BMW 118d는 기존 모델 대비 연비가 각각 12%, 7% 하락했다. 그러나 골프 1.6 블루모션 TDI는 기존과 동일한 유로5 모델이다. 그럼에도 연비가 폭락했다. 유로6 적용 모델보다도 하락 폭이 훨씬 크다.
엔진 세팅이 달라지긴 했다. 새로 연비를 신고한 차량은 기존 차량에 비해 최고출력이 5마력 높다. 최고출력이 나오는 회전수도 4,400rpm에서 3,200~4,000rpm으로 낮다. 최대토크는 동일하지만 타이어 폭이 약 30mm 넓다. 그런데 공차중량(차량 무게)은 오히려 기존 모델 대비 91kg이나 가볍다. 차량 무게가 줄어들면 연비가 향상되기 마련인데 결과는 오히려 반대로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력 수가 조금 높아지고 타이어 폭이 넓어진 것이 연비에 영향을 끼질 수 있다. 그러나 차량 무게가 91kg이나 가벼워졌기 때문에 연비가 15%나 떨어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엄격한 기준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수치상으로만 보면 그 동안 연비 거품이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검사 기준이나 차량 무게, 타이어 등 변동 사항 등에 대해서는 아직 본사에서 연락 받은 바가 없다"며 "관련 사항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 티구안.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 과거 티구안도 연비 부적격 판결…소비자 의심 더 키워
폭스바겐의 연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업계의 연비 거품 경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수입차 4개 차종에 대해 연비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명단에 폭스바겐의 소형 SUV 티구안도 포함됐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올해 상반기에만 총 1만8,653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21.3%나 높은 수치다. 특히 올 6월에는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월간 4,000대 판매를 돌파했다. 티구안과 골프는 이러한 성장의 1등 공신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차량이 모두 연비 거품 논란에 휘말렸다. '뻥 연비'에 대한 의심이 커지는 이유다. "연비 좋다고 차를 팔아 놓고 이제 와서 연비를 낮춰 신고하는 것은 명백하게 소비자를 속인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연비가 표시된 차량 스티커를 교체하는 한편 고객들에게 연비 변경 사실을 알리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로5 모델은 8월말까지 통관된 물량에 한해 판매하며, 3분기 중 유로6 모델이 들어오면 연비를 재측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에도 소비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이유야 어찌됐든 슬그머니 연비를 낮춰 신고한 것은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폭스바겐은 '뻥 연비'로 포장한 '꼼수'로 차를 팔아 왔다는 오명을 떨쳐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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