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학살 범죄 규탄 유엔 결의안
러 거부로 무산… 주민 자극한 듯
알렉산다르 부시치 세르비아 총리가 1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열린 ‘스레브레니차 학살’ 20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성난 군중들이 던진 돌에 맞는 봉변을 당했다.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부시치 총리는 이날 화해의 의미로 세르비아 대표단을 이끌고 스레브레니차 마을을 찾았다. 스레브레니차 학살은 1995년 옛 유고연방 내전 당시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군이 유엔 보호구역이었던 스레브레니차 마을을 점령, 닷새 만에 무슬림 남성과 소년 8,000여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집단 학살로 꼽힌다. 최근 136구의 시신이 새로 발견돼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으며 희생자 중 1,000여 명은 여전히 시신 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부시치 총리가 이날 희생자들의 묘비에 헌화하자 수천명의 관객들이 야유를 보냈으며, 일부는 경찰 방어벽을 뚫고 총리 일행에 달려들며 돌과 물병, 신발을 던졌다. 이들은 ‘알라후 아르바크(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주변 경호원들이 황급히 우산을 펼쳐 막았지만 그 중 돌 하나가 부시치 총리 얼굴을 가격해 안경이 부서졌다. 부시치 총리는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차량을 타고 즉시 현장을 떠났다. 이날 추모식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전 세계각국 대표 등 수만명이 참석했다.
세르비아 외무부는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세르비아 국가, 평화 정책, 지역 협력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이번 사건을 ‘총리 암살 시도’라고 규정하고 “보스니아는 총리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환경을 만드는데 실패했다”며 “보스니아 당국의 공개 규탄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가디언 등 해외 매체들은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대량 학살범죄로 규탄하는 결의안을 표결했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안건 채택이 무산됐는데, 이것이 스레브레니차 주민들을 자극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2004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는 스레브레니차 사건은 제노 사이드(대량 학살)이라고 판결을 내렸지만 세르비아와 보스니아계 세르비아 정치인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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