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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보다 돈벌이 혈안… 탐욕의 상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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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보다 돈벌이 혈안… 탐욕의 상아탑

입력
2015.07.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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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 기업화 진행중… 대형쇼핑몰까지 우후죽순

교원 고용도 비정규직 위주로, 학과통폐합은 취업률이 잣대

서울 H대 학생복지관에서 김밥집을 운영중인 김모(49)씨는 10년 만에 가게를 접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 4월 공개입찰을 통해 새로 선정된 복지관 관리업체가 건물주인 학교로부터 14개 점포 운영권을 넘겨 받으면서 임대료를 기존보다 2배 높이며 7억원 규모의 상가 리모델링 비용을 전가하려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현재 매달 내는 409만원도 버거운 처지다. 학생들의 지갑 역시 더 가벼워지게 됐다. 높아진 임대료만큼 임대 업체들도 학생들을 상대로 수익을 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관리업체는 이 곳에 햄버거, 피자, 쌀국수 등 프랜차이즈 점포를 들여 푸드코트로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대학의 기업화는 전방위적이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다. 물론 그 대상은 학생이다. 지난 2월 새로 문을 연 서울대 중앙도서관(관정관)에는 롯데리아, 할리스 커피, 씨유 등 상업시설이 대거 입점했다. 건물이 기부채납으로 건설된 터라 기부자인 관정재단 측에 상업공간(925㎡)을 25년 무상으로 내줬다. 서울대 내에 기부자에 의해 신축된 59개(2013년 기준) 건물 중 일부는 상업시설로 기부자에게 길게는 66년 동안 무상 임대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선 “기부채납을 빙자한 임대업”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 대기업이 학생식당을 야금야금 파고든 이후 시설 종류를 가릴 게 없어졌다.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등 브랜드 커피 전문점뿐만 아니라 화장품, 패밀리 레스토랑, 패스트푸드, 네일아트, 대형 쇼핑몰 등 상업시설이 학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구내서점도 교보, 영풍 등 대형서점에 내주고 있다.

덩달아 학생복지와 생활지원을 목표로 비영리 사업을 하던 생활협동조합 운영시설은 눈에 띄게 쪼그라들고 있다. 세종대 생협의 경우 적자에 시달리다 14년간 이어온 사업을 3월 중단했다. 1990년 조선대 생협을 시작으로 현재 생협이 운영되고 있는 전국 34개 대학 가운데 사업중단은 세종대가 처음이다. 세종대 생협은 “기숙사와 연구동이 완공되면 여러 상업시설이 입점할 예정이라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게 뻔해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러니 학내 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2월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가 생협이 있는 대학과 없는 대학에서 음료 등 생활물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50% 이상 높았다. 생협에서 800원 하는 콜라 캔이 대학 내 편의점에서는 1,300원에 팔리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상업시설 입점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2009년 실태조사에서 시설 임대료로 대학당 8억원, 모두 1,225억원을 벌어들였다”며 “임대 입점을 크게 늘린 지금 수익이 천문학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의 교원 고용도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 올해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62.7%로 작년보다 3.2%포인트 증가했다. 교육부의 대학평가에서 전임교원 확보율과 강의 담당비율이 높아지면서 전임교원 확보를 집중한 까닭이다. 그런데 증가인원의 상당수가 계약직(비정년트랙)이다. 2013년 전국 사립대 71곳에 채용된 계약직 교수의 평균 연봉은 3,655만원(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실 자료)으로 정규직 교수 평균 연봉(7,426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연봉이 3,000만원을 넘지 못하는 대학도 21%(15곳)나 됐다. 서울 K대학에서 2년 전부터 강의전담 교수로 일한 김모씨는 “급여수준은 쥐꼬리만한데 시간강사 수준의 강의시간에, 재계약을 위한 논문준비, 정년 교수가 하는 학사행정 업무까지 1인 3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명 이하의 학생들로 구성되는 소규모 강좌 비율(4년제 일반대학 올해 4월 기준)은 지난해(38.5%)와 비슷한 수준이라 수업 질 개선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학들의 학과 통폐합 역시 성과 위주다. 취업에 유리하다는 경영 계열 학과는 15년 전인 99년보다 51.1%(9,406명)나 급증했다. 이 기간 전체 입학정원 증가분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기초과학 입학정원은 각각 11.5%, 5.1% 줄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기업 생리를 좇아 가는 이유는 있다. 인구감소로 2023년까지 정원 16만 명이 줄어 들게 된다. 그간 부풀린 몸집을 줄이기가 쉽지 않으니 수익 창출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은 정치권에서 공약을 내걸고 막고 있어 과거처럼 대규모 인상이 어렵다. 학생 수요 감소 등으로 대학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앙대가 선도적으로 구조조정 총대를 멘 것이지만 정작 여론은 좋지 않다는 재단 쪽의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교육부와 노동부 정책 기조가 노동시장 불일치 완화에 따른 학과 조정이어서 국고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선 대학의 자체 구조 개혁도 취업률이나 학과 인기도에 따라 할 수 밖에 없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 말만 잘 들으면 한 해에 2,00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타낼 수 있기에 대학들은 설령 틀리더라도 정부 정책에 순응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식의 구조조정은 대학의 특성화를 조성하기 보다 정부 평가지표에 맞춘 직업훈련소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찬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영업 영역을 확장하고 싶은 기업들과 수익을 올리고 싶은 대학의 욕망이 만나 상업화는 상상 이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학생 등 구성원 조차 자본주의에 익숙한 세대라 비판 의식도 부족해 대학의 기업화는 겉잡을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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