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논란 여지 없어" 일축
외교부는 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부인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의 기자회견을 옹호하자 “(강제 노동을 인정한) 영문 발언록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일축했다. 한일수교 50주년 기념 행사와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피어났던 양국 관계 개선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안보법제 특별위원회에서 “한국 정부는 기시다 외무상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forced to work’가 강제 노동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발언)이 잘못됐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항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일본 대표가 발언했던 ‘강제 노역’(forced to work)이 ‘강제 노동’을 뜻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또 ‘forced to work’에 대해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징용된 경우도 있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해 직접적으로도 ‘강제 노동’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지난 5일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이 포함된 일본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인 노역자들이) 강제로 노역을 했다(forced to work)’는 일본 대표의 말이 ‘강제 노동’(forced labor)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해 해석 논란에 불을 붙였다. 앞서 독일 본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일본 대표는 영어로 “1940년대에 수많은 한국인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을 했다(forced to work)는 점을 알리겠다”고 밝혀 일본이 처음으로 강제 노동 사실을 국제사회에 인정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일본 정부 인사의 잇따른 ‘강제 노동’ 부인 발언 배경에 대해 한국측 주장을 수용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국내 정치용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강제성을 인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조기 차단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이날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외교부는 “일본측의 영문발언록이 정본이라는 것은 WHC 의장이 이미 분명히 한바 있고 일본측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내부적으로는 강제노동을 부인하는 논리로 우리측 태도를 이용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일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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