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신임 정무수석 비서관에 현기환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전임 조윤선 정무수석이 지난 5월18일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 무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54일 만의 후임 임명이다. 인물난 탓이라고는 하나 이런 사실 자체가 박 대통령이 얼마나 청와대의 정무기능을 소홀히해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뒤늦은 새 정무수석이지만 청와대의 정무기능을 복원ㆍ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여당 원내대표의 강제퇴진까지 부른 국회법개정안 파동으로 청와대의 대 국회, 대 여야 정치권과의 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청와대의 정무기능 부재도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에 대한 거부감 탓인지 취임 초부터 국회와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한 정무적 소통을 중시하지 않았다. 그 동안 정무수석에 정치적 중량감이 높지 않은 인사나 심지어 정치권 경험이 전혀 없는 외교관 출신을 임명했던 것도 정무라인의 역할에 별 비중을 두지 않았다는 뜻이다. 당연히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서, 또는 국회 및 야당과의 관계에서 원활한 소통과 조정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친박계 현역의원 3명을 정무특보로 기용했다지만 그들이 이번 사태 과정에서 당청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막는 데 이렇다 할 역할을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현 신임 정무수석에 대해 “정무적 감각과 친화력,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해 정치권과의 소통 등 대통령을 정무적으로 원활하게 보좌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친박계라는 점을 빼고는 18대 국회 초선의원 출신인 현 신임수석의 정치적 중량감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청와대 정무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청와대 정무라인에 힘을 실어주고 적극 뒷받침 한다면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박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목전에 두고 4대 분야 개혁 등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어느 것 하나 여의도 국회와 여야 정치권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면 진척을 기대하기 어렵다. 파탄 지경인 당청관계 및 국회관계와의 관계를 회복해야만 입법적 뒷받침을 받아 이런 국정과제들을 수행해 나갈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정무적 역할과 기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거부권 정국을 거치면서 불통 이미지가 한층 더 부각됐다. 신임 정무수석 임명을 계기로 다각도로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그런 불통 이미지를 털어낼 필요가 있다. 임기 후반의 국정운영 성패도 상당부분 여기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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