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성폭행범, 범죄자 등 멕시코 이민자들을 겨냥한 ‘막말’로 논란에 휩싸였으나 ‘노이즈 마케팅’이 먹혀 들면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기록해 초판 대선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는 9일 공개된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여론조사(7월 4~6일ㆍ1,000명) 결과 15%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공동 2위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의 지지율은 11%에 그쳤다.
최종으로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7%에 그쳐 부시 전 주지사의 29%에 크게 뒤졌지만 트럼프가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이번 조사에서 첫 번째 지지 후보 이외에 두 번째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에서도 12%로 1위를 기록했다. 트럼프는 전날 발표된 ‘퍼블릭 폴리시 폴’(PPP)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여론조사에서도 16%를 얻어 12%에 그친 부시 전 주지사와 워커 주지사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애초 한자릿수 초반대로 극도로 미미했으나, 지난달 1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불법 멕시코 이민자들을 노골적으로 비하한 것이 오히려 플러스로 작용해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 뒤 이번에 1위에까지 올랐다.
트럼프가 예상외의 돌풍을 일으키자 공화당 지도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트럼프의 막말이 당 전체에 대한 신뢰도 및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지면서 자칫 내년 대선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장이 전날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발언 수위를 낮추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자신의 논란성 발언에 대해 “사과할 게 없다”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7일 밤 폭스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멕시코 출신 남성 불법이민자의 ‘묻지마 살인’을 거론하면서 “그는 5번이나 추방됐는데 멕시코가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그들이 많은 범죄자를 우리나라로 자꾸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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