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크레인 같은 데에서 줄에 매달린 채 공중에 떠 있는 꿈. 아는 사람 몇몇이 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무슨 테스트 같은 게 진행됐다. 매달린 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통과. 그런데 조건이 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불러야 한다는 것. 팔 다리를 부드럽게 흔들어대며 춤까지 추면 가산점도 있었다. 꿈속에서도 발 아래는 무서웠다. 춤은 고사하고 차분하게 중심 잡기도 힘든 지경. 감히 입이 열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오래 씨름하던 중, 옆에 매달린 친구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그냥 고함이었다가 몇 소절쯤 지나니 어느 정도 정돈된 멜로디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통과. 친구가 크레인 위로 올라갔다. 이후 몇몇이 더 통과. 결국 공중엔 나만 남았다. 아무리 숨을 터뜨리려 해도 가슴이 막혀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일종의 가위눌림이었다.
가까스로 목청을 터뜨리면서 깼다. 한숨 쉬듯 목소리를 내보았다. 평소보다 유독 맑은 소리가 났다. 쓴웃음이 났다. 내 마음이 단단히 맺혀있었구나 싶었다. 하늘을 봤다. 기다란 비행운이 떠 있었다. 꿈에게 보란 듯 큰소리로 노랠 불렀다. 문득, 허공에서 맨살에 바람을 맞고 떠 있어 본 경험이 한번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번지점프라도 도전해보면 어떨까. 꿈도, 창공도 그렇게 해서라도 현실의 공간이 된다면 생활의 질감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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