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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은행 현금 고갈… ECB 12일 한도 증액 안 하면 문 닫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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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은행 현금 고갈… ECB 12일 한도 증액 안 하면 문 닫아야"

입력
2015.07.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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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휴양지 동구권 화폐 거래 성행

그리스 정부가 은행 영업을 중단하고 현금 인출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자본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불안감에 매일 가능한 한 많은 현금을 인출하면서 주요 은행들이 보유한 현금이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그리스 은행들에서는 매일 1억유로(약 1,256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동결한 데다 국민들이 생활비와 실물자산 마련을 위한 현금 인출에 뛰어들면서 각 은행의 현금보유량은 위험수준에 도달했다.

주요 은행 관계자들은 당장 다음 주부터 고객에 현금을 한 푼도 내어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2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아 ECB가 ELA증액을 또다시 거부하게 되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하루 60유로까지 인출 가능했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운영마저 중단하게 되고, 그리스 국민들은 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지경에 놓이게 된다.

그리스은행협회장은 9일 현지 TV에 출연해 “12일까지는 현금인출기에 돈이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후 상황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도 FT에 “만약 ECB의 한도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리스 은행들은 모두 12일부터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은행들은 자구책으로 은행 간 현금 네트워크를 구성 중이다. 중앙은행인 ‘그리스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은행이 약한 은행에게 현금을 조금씩 나눠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은 터키나 키프로스 등에서 영업 중인 해외 자회사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현금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그리스 북부 휴양지에서는 과거 푸대접 받던 동구권 화폐가 환영 받고 있다. 특히 인기 있는 외국 통화는 불가리아의 ‘레프’. 유로에 고정환율로 묶여 있는 안정 통화인 데다, 국경을 맞대고 있어 불가리아 관광객이 많아 통화 유입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그리스 북부 산티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아타나소스 크리치니스는 “불가리아 레프화는 안정적이고 불법도 아니라 이를 지불하는 고객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이 같은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부 상인들은 국경 넘어 불가리아로 가 레프를 유로로 환전해 오고 있다. 호텔이나 식당 구매 담당자들은 부족한 호텔 용품을 불가리아에서 대량 구매해 오기도 한다고 FT는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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