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삼동면 주민대표, 분신소동 이유는?
화장장 유치에도 인센티브 공약 불이행 ‘격분’

혐오시설을 자진 유치했던 지역 주민들이 자치단체의 인센티브 이행을 촉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민대표가 시청에서 분신하는 소동을 벌였다.
10일 오전 7시 35분 울산 남구 신정동 울산시청 신청사 건물 앞에 삼동면발전협의회장 정모(61)씨가 차량을 몰고 신청사 건물 로비로 돌진하다 로비 옆 유리창을 들이받았다. 정씨는 이어 건물 앞바닥과 몸에 기름을 뿌리고 분신자살을 시도하다 경찰에 붙들렸다.
12년 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주민들은 화장장과 공원묘원, 납골당 등 장사시설을 자진 유치했다. 이에 울산시는 주민들의 숙원사업 19가지를 해결해주겠다는 약속했다. 정씨는 약속이 잘 이행되지 않아 최근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데다 김기현 울산시장마저 수 차례 면담을 요청했는데도 응하지 않자 극단적 선택을 감행했다.
앞서 지난 2003년 10월 7일 박맹우 울산시장은 “삼동면 주민들의 공설화장장 유치 결정은 주민 스스로 님비현상을 극복한 모범적인 사례”라며 인센티브로 장례식장 운영 사업권을 비롯해 3,000억원 상당의 지역 현안 19가지를 2009년까지 모두 완료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2009년까지 완료하기로 한 인센티브 사업 상당부분을 하늘공원 준공 시점인 2012년 말로 미뤘다.
율리∼삼동 도로개설 사업(길이 7.4㎞, 폭 4차선)도 1.2㎞ 구간만 완료됐고, 나머지는 개설 중이거나 보상 협의조차 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19가지 사업 중 정작 지역발전에 필요한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은 아예 손도 대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2012년 말 울산하늘공원이 완공된 후에는 삼동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등 배신했다는 입장이다.
울산시가 인센티브 이행 약속을 늦추자 주민들은 지난 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지난 4, 5일에는 하늘공원 진입로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또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6차례에 걸쳐 울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예고해놓고 있다.
시는 삼동면에 시행하기로 한 인센티브 사업에 드는 총 예산은 6,143억원으로 이중 14가지 661억8,200만원, 금액상 10.7%는 완료됐고, 율리∼삼동 도로개설 (991억5천만원)과 하수차집관 설치 사업(236억원)은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다.
삼동면 주민들은 “인센티브 사업은 울산시가 나서서 해주기로 한 것으로 행정기관이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누가 혐오시설 유치에 찬성하겠느냐”며 조속한 실행을 촉구했다.
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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