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 시. 시튼 도서관에서 홀로 책을 읽는다.
08년도 금융 쇼크때, 도서관이 폐쇄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의 기부금으로 순조롭게 운영된다. 근처에 있는 뉴욕 중앙 도서관보다 분위기 좋다는 소문도 있다. 그 분위기가 책 읽는 분위기인지, 데이트 분위기인지는 분명하진 않다.
도서관 사서, 마사코는 퇴근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그럴 필요 없다고 타일렀지만, 그녀는 완강하다.
"당신이 책 읽는 모습을 보는 건 …. 멋진 경험이에요."
그녀는 일본인답게 절도있는 눈인사와 함께 말했다.
"날 보는 것보다 직접 책 읽는 게 더 멋질 거야."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그 어떤 책보다 대단해요."
수줍어한다.
"슬프군."
"뭐가요?"
마사코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네처럼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운다는 건 …. 남자 친구가 없다는 건데 …. 인생은 짧아."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생이 짧아서 …. 당신과 함께 도서관에 있는 거예요. 당신의 책 읽는 모습을 …. 훗날, 나의 아이들에게 말해줄 거예요."
퍼뜩 스쳐 지나가는 생각 …. '뭐지? 이 아가씨 왜 이러는 거지?'
"당신이 책 읽을 때 …. 세상 모든 것이 당신에게 무릎 꿇는 것처럼 보여요. 당신은 당당하고, 우아하며, 빛으로 넘쳐나죠."
고백하듯이 말했는데, 조금 무서웠다.
"아! 그래. 좋게 봐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독서에 집중했고, 그녀도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시튼 도서관의 분위기 냄새, 아무도 없지만, 미세하게 삐꺽거리는 특유의 소음들 ….
책은 인생을 바꾼다는데 …. 사실이다. 쪼다로도 살아보고, 또라이로도 살아보고, 거지로도 살아보고, 불평분자로도 가열차게 살았지만 …. 그렇게 사는 건 정말 피곤하고 …. 힘들다.
그냥 나로 사는 것 …. 이것이 정답이다. 내가 내가 되는 것. 그렇게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 물론, 독서가 인생의 절대 진리는 아니다. 선천적으로 책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살아보니 책은 많이 읽었지만 정말 사악한 놈들도 많이 만나봤다. 중요한 것은 내가 놈들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 …. 두려워하면, 미워하거나 증오하게 된다.
이해하고 대응하고 …. 필요하다면 맞서 싸우거나 달아나는 것. 가끔 어쩔 수 없이 복종할 때도 있다. 예전에는 그런 복종을 비겁하다 여겼지만, 이제는 적응임을 안다.
내 인생을 종이 한 장에 투사하면 …. 앞 뒤가 안 맞는 그림이나 글이 되겠지만 …. 그것이 나의 삶이다.
"도서관 문을 열어도 될까요?"
마사코가 조용히 다가왔다. 시간이 꽤 흘려, 도서관을 열어야 할 타임이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미리 말씀드리지만, 요즘 뉴욕대 시험기간이라서, 많이들 찾아와요."
"알겠네. 말해줘서 고맙네."
그녀 말대로, 오전부터 도서관은 학생들로 붐볐다. 마치 공부라는 축제가 시작된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뉴욕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내가 앉을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책이나 한 권 빌려 갈까? 생각했는데, 마사코가 다가와 창문 쪽 자리를 가리켰다.
"당신의 자리예요."
그녀가 가리킨 곳에 자리 하나가 남아있었다. 그 자리는 내가 늘 앉는 자리였다.
"일부러 남겨 놓은 건가?"
"아녜요. 모두가 암묵적으로 정한 일이에요. 저 자리는 아무도 앉지 않아요. 당신의 자리죠. 잠깐 앉았다 가세요.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마사코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절실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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