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10일, 돛도 모터도 없는 전장 7.1m 나무보트 한 척이 미국 캘리포니아 보데가(Bodega)만을 출항한다. ‘칼더데일(Calderdale)’호였고, 노를 잡은 이는 터키 국적의 에르덴 에루지(Erden Eruc)였고, 행선지는 출항지인 보데가 만이었다. 적도를 따라 지구를 가장 크게 한 바퀴, 동력 없이 오직 자신의 힘으로 돌면서 6대륙 최고봉까지 오른다는 게 그의 목표였다. 태평양을 건너 호주를 돌고 인도양 모잠비크 해협을 통해 아프리카를 넘고 대서양- 카리브해- 멕시코만을 건너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여정.
파나마운하를 통해 태평양으로, 서부해안을 따라 남미를 훑고 자전거로 이동해 아콩카과를 오르고… 아시아- 중동- 지중해- 대서양을 건너 돌아오는 여정.
배에는 식량과 구급약 외에 태양열 GPS와 통신장비, 팜탑 컴퓨터 등이 실렸다. 풍랑에 배가 뒤집힌 적도 있고, 태풍에 발이 묶인 적도 있고…, 예상되는 모든 난관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려움들을 뚫고 정말 지구를 돌아 출항지로 되돌아온 것은 2012년 7월 21일이었다.
총 이동 거리 6만6,299km(지구 둘레 4만120km). 그 사이 위에서 아래로 다시 위로 두 차례 적도를 넘었고, 지구 대척점 12쌍을 통과했다. 기네스 기록을 비롯한 수많은 세계 최초 기록을 수립했다. 총 5년에 열 하루가 더 걸렸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멈춘 시간을 뺀 순수 이동 시간은 1,026일이었다.
터키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86년 미국으로 건너와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조지메이슨대에서 MBA를 딴다. 이런저런 근사한 직장을 다니던 그는 41살 되던 2002년 직장을 관두고 모험의 세계로 뛰어든다. 아니 공익봉사의 세계라 할 수도 있다. 자신의 모험으로 기금을 모으고, 그 기금으로 청소년 교육에 헌신한다는 구상. 그가 설립한 비영리단체 ‘Around-n-Over’의 이념은 “청소년 특히 소녀들의 꿈을 이루고 성취를 돕는 사업”이다. 그는 실제로 터키와 아프리카 여러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저 모험을 위해 그는 자동차와 집을 팔고 노후자금으로 적립해둔 펀드를 깼다. 그렇게 모은 돈이 21만6,000달러. 카누 카약 자전거 등 협찬 받은 장비와 기금까지 합쳐, 약 50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2014년 자신의 모험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Castaway with Purpose 의도된 조난’도 기금으로 제작됐고, 그 수익금 역시 학교를 돕는 데 쓰인다. 그의 중고 보트 ‘칼더데일’은 전 주인이 붙인 이름인데, 큰 기부자가 나타나면 원하는 이름을 붙여주기 위해 남겨둔 거라고 한다. www.around-n-over.org가 그의 단체 주소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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