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반짝 반등 불구 한 달새 30%↓
국내도 온종일 롤러코스터 장세
시장 심리 붕괴ㆍ매물 확대 가능성
국내는 고평가주 거품 빠져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 분석도
금융시장이 그리스 리스크(위기)보다 더한 차이나 포비아(공포증)에 휘청댄 하루였다. 9일 상하이종합지수 3,400 붕괴 소식에 국내 증시는 한때 코스피지수 2,000, 코스닥지수 700 등 지지선이 모두 붕괴되며 파랗게 질렸다. 다행히 전날 수준을 만회하긴 했지만 중국 증시의 급등락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동성과 불안감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국 증시 거품(버블) 붕괴가 미국 등 글로벌 증시로 전이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개장과 더불어 수직 낙하하더니 오전 10시47분 1,983.78까지 추락했다. 2분 뒤 코스닥지수 역시 695.94까지 밀렸다.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된 것은 넉 달만, 코스닥 700선 붕괴 역시 두 달 만이었다. 특히 연일 급락세를 이어온 코스닥은 최대 낙폭이 -4%를 넘었다. 우리 시간으로 10시30분 개장한 중국 증시에서 상하이종합지수 3,400선 붕괴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오후 들어 상황은 급격히 반전됐다. 중국 증시가 반등 기미를 보이자 우리 증시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중국 정부는 ‘백약이 무효’ ‘그리스보다 더한 악재’라는 시장의 평가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당근(대출 만기 연장)과 채찍(공매도 철퇴, 언론에 대한 경고)을 총동원했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6포인트(0.58%) 오른 2,027.81로, 코스닥지수는 0.21포인트(0.03%) 내린 726.01을 기록했다. 하루 변동폭이 4%대에 달할 만큼 전형적인 롤러코스터 장세였다. 이날 코스피지수의 지수 변동성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수치상 전날 수준을 회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날 중국 증시가 6% 가까이 급등으로 마감한 걸 감안하면, 중국에 대한 공포를 다 털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그간 우리 증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병 사태와 그리스 디폴트 위기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 증시가 3주간 블랙프라이데이(금요일마다 대폭락)를 연출하며 한 달간 30% 넘게 폭락했지만 우리 증시는 2%대 하락을 기록한 6일을 제외하곤 평정을 유지해왔다. 이 기간 지수를 끌어내린 외국인의 매도세도 그리스 위기를 우려한 유럽계 자금이 주도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상장된 종목 절반이 자진 거래정지를 하고 외신들의 경고음이 커지면서 중국 증시 버블 사태의 파괴력은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다.
실제 중국 증시 버블 사태는 글로벌 증시로 차츰 전염되는 분위기다. 이날 아시아증시는 일본과 중국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하락했다. 간밤 미국 증시 역시 반등에 성공한 유럽 증시와 달리 1%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이 공식적으로 “중국 증시 폭락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공표했을 정도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중국 증시는 당분간 국내 금융시장을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 폭락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커 보인다”라며 “중국 정부가 수많은 대책을 발표하고 증시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이 진정하지 않으면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계심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공포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정부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돼 일정기간 조정 국면을 거친 후 상승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무너진 시장 심리와 신용거래 매물의 추가 확대 가능성 탓에 단기적으로는 우려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증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은 국내 증시의 추가 급락 가능성도 낮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오히려 고평가주의 거품이 빠져 추세적인 하락으로 보기 어렵다”(하나대투증권) “공포의 정점을 맛봤기 때문에 차츰 진정된다”(NH투자증권)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간담회에서 “국내 증시는 거품 논란이 있는 중국과 다르다”고 했고, 금융위원회도 “중국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우리 증시는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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