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엉뚱한 부분만 확인"
국내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발전소 24기 중 16기의 핵심 부위 안전 검사를 수십년 동안 잘못 실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작 안전성을 확인해야 하는 곳 대신 엉뚱한 곳만 계속 검사했다.
9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식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고리 2·3·4호기와 한빛 1·2·4·5·6호기, 한울 1·2·3·4·5·6호기, 신고리 1·2호기 등 원전 16기의 핵심 부분 검사를 약 30년간 엉뚱한 부분에 잘못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 대상인 부분은 핵분열반응이 일어나는 원자로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열출력을 조절하는 제어봉을 붙잡는 구동장치다. 이를 둘러싼 외함(하우징)에 용접부가 여러 군데 있는데, 이 중 일부를 10년 단위로 검사해야 한다. 그러나 보고에 따르면 이 곳이 아닌 다른 용접부를 검사해 왔다. 원안위 관계자는 “원전 건설 초기에 검사를 수행한 미국 업체부터 잘못 검사했고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용역을 받은 국내 업체도 같은 오류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안전 확인이 필요한 용접부는 원전 건설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16기 중 가장 오래된 고리 2호기가 1983년 처음 운전이 시작됐으니 검사 오류가 최장 30년 가까이 이어진 셈이다.
검사 없이 넘어간 제어봉 구동장치 주변은 원전 전체에서 방사선량이 가장 높은 곳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원안위는 해당 설비의 운전이력을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방사선 누설이 없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오류가 발견된 원전의 해당 부위를 차기 계획예방정비(정기검사) 기간 중 모두 검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장기간 동일한 검사 오류가 반복돼 원전 안전에 대한 불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 원안위 위원은 “검사 오류를 처음 알게된 뒤 약 2개월이 지나서야 원자력안전당국의 공식 회의에 공개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검사 오류는 신고리 3호기의 운영 전 검사를 해오던 한수원이 지난 5월 중순 제어봉 구동장치 용접부 검사가 기존과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고 기존 원전들의 관련 데이터를 재확인하면서 발견됐다. 원안위 관계자는 “다른 원전들의 확인 결과를 한수원으로부터 지난달 중순 받은 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평가를 거쳐 이날 회의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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