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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하다 듣기 싫어 새벽 3시까지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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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하다 듣기 싫어 새벽 3시까지 회의"

입력
2015.07.0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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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부수고 만들라(Make break make)’는 한 카드회사 캠페인이 ‘무한도전’에 딱 맞는 모토예요. 10년이 흘러 이젠 지금까지 만든 시스템을 폭파하고 단순하게 가야 하는데 ‘무한도전’이 너무 큰 공룡이 돼 쉽지 않네요.”

10년 동안 MBC ‘무한도전’의 연출자로 남아 공식석상에서 “축복”이란 말만 해왔던 김태호 PD는 9일 의외로 “힘들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무형식이 형식인 ‘무한도전’에 매주 새 옷을 입히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가끔은 ‘쉽게 가자’는 생각도 하지만 “‘무한도전’인데, 그래도 될까”라는 질문을 벗어던지지 못한다. 김 PD는 “이제 10년이 흘렀고, 예능 시장에 여러 리얼버라이어티가 생겨 아이템 찾기에 한계가 왔다. 하지만 올드해졌다는 말은 더 듣기 싫다”고 말한다. 그래서 올해 들어 회의는 매주 새벽 3시 전에 끝난 적이 한번도 없다. 창의성으로 ‘국민 예능’을 이끈 주역이라도 방송 현실은 냉정하다. 그는 “10년 된 원조집도 맛 없으면 안 가듯 재미 없으면 안 보는 게 방송이지 않나”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 PD는 이제 경영을 공부한다. “방송 트렌드가 하도 빨리 변해 캐릭터만으로는 승부를 못 봐요. 요즘 경영자분들 만나 조직과 마케팅에 대한 조언을 듣고 따로 공부하면서 예능의 새로움을 고민하고 있어요.”

죽는 소리를 하지만 “한국처럼 재미있는 예능을 만들 수 있는 곳도 없다”고 김 PD는 말한다. 뼛속까지 예능 PD다. 충남 보령 출신으로 말수가 없고 낯을 가렸던 소년 김태호는 199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후 이틀 뒤 퍼머를 하고, 대학교 친구들에게 “필리핀에서 온 교환학생”이라고 두 달을 속인 ‘괴짜’였다. MBC 입사 시험을 볼 때도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귀에 피어싱을 한 채였다. 김 PD는 “그래선지 면접 때 국장이 이상한 질문만 던졌다. 너 같이 못생긴 애들이 일 잘해 뽑아줬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10년을 무모하게 도전해 온 김 PD가 내다보는 10년 뒤 ‘무한도전’은 어떨까. 2025년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등 멤버들이 50대가 됐을 때 일이다. “‘무한도전’도 유기체예요. 출연자들과 함께 늙어가야죠. 흉터도 있을 수 있고요. 그게 인생이고 ‘무한도전’이죠.”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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