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백재명)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암살모의에 가담한 혐의(살인예비)로 택배기사 이모(49)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9년 10월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된 김모(63ㆍ구속 기소)씨를 지인을 통해 만나 황 전 비서 암살 제의를 받자 5억원을 대가로 요구하고 수락, 암살을 계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그 후 김씨로부터 황 전 비서의 사진을 비롯해 방송국 녹화 일정 등 동선 정보를 받았다. 이씨는 일행들을 시켜서 암살 도구로 칼을 이용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범행을 마치면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김씨로부터 북한에서 전달 받은 5억원을 건네 받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암살을 실행하기로 모의한 전날인 2009년 11월 1일 이씨가 자신의 일행들을 데리고 김씨와 범행장소를 답사하던 과정에서 이들의 ‘암살 계약’은 깨졌다. 이씨가 범행 후 받게 될 현금 5억원을 미리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씨가 거절하자 실행할 수 없다며 돌아갔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씨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몇 차례 황 전 비서 암살을 의뢰하고 범행을 모의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 2010년 10월 황 전 비서가 노환으로 사망하면서 결국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1998년 밀입북한 김씨는 북한 공작기관이 마련해 준 장소에서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제조해 국내로 반입하고 북한의 지령을 받아 황 전 비서 등 요인 암살을 모의한 혐의 등을 받고 지난 5월 구속 기소됐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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