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천변을 산책하다가 길가 벤치에 돌을 하나 올려놓았다. 벤치와 그 앞에 놓인 돌이 동시에 눈에 띄었고, 모종의 장난기가 발동했던 건데, 그랬더니 돌이 얼마나 오랫동안 거기 놓여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러곤 잊었다. 다시 산책을 나갔다가 그 자릴 지나니 여전히 돌이 놓여 있었다. 그냥 두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역시 그대로. 다음 날도, 며칠 지나 다시 나간 날도 여전했다.
그러다가 닷새쯤 지났을까. 내가 놓은 돌 위에 또 다른 돌이 하나 얹혀 있었다. 누군가 내 의도(?)를 눈치 채고 비슷한 장난질을 한 것 같았다. 누구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그(녀) 역시 이 길을 지날 때마다 돌의 상태를 점검할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동지를 만난 것 같기도, 적수를 만난 것 같기도 했다.
그래, 이번엔 그 옆에 돌을 하나 더 놓았다. 그러곤 다시 며칠이 지났다. 은근히 또 다른 이층 짜리 돌탑이 놓여있길 기대했는데, 아니었다. 벤치에 돌은 하나도 없었다. 누가 치웠을까. 앉으려고 보니 돌이 거치적거렸던 걸까. 괜히 섭섭하고 아쉬웠다. 돌을 얹은 사람도 돌을 치운 사람도 내 입장에선 여전한 미지였다. 그들 입장에선 돌을 맨 처음 놓은 나도 역시 미지일 것. 미지와 기지 사이의 그 광활하고도 좁은 세계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놀이판처럼 여겨졌다. 문득 외롭기도, 마음이 충만해지기도 했다. 해는 뜨거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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