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돌아오면, 두산 선발진은 어떻게 교통정리 될까. 그 해답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힌트 장면이 8일 경기에서 나왔다.
두산은 이날 대전 한화전에서 장단 14안타의 화력을 앞세워 9-4로 승리했다. 야수들은 상대보다 한 수 위의 수비력을 과시했고, 타석에서도 매서운 스윙으로 완승을 이끌었다. 민병헌 정수빈 김현수 오재원 유민상 등 무려 5명의 선수가 멀티히트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즌 3번째 선발 등판한 새 외국인 투수 스와잭은 이번에도 불안했다. 매 이닝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직구를 빼면 스트라이크존으로 형성되는 공이 없다 보니 상대 타자의 선택지만 좁혀줬다. 두산이 5회까지 8-3으로 앞서고 있었어도 불안한 기운을 느낀 이유다.
그런 경기가 6회부터 완벽히 두산 쪽으로 기울었다. 5선발로 시즌을 맞이해 서서히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진야곱이 마운드에 등장하고부터다. 그는 2이닝을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종환 이성열 김경언 한상훈 등 한화 왼손 타자들이 꼼짝 없이 당했다. 승부는 사실상 여기서 갈렸다.
진야곱은 원래 예정대로라면 이날 선발로 등판할 차례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당초 이번 대전 3연전을 스와잭(7일)-진야곱(8일)-유희관(9일)순으로 치를 구상이었다. 그런데 7일 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스와잭이 다음날 선발로 다시 예고되면서 진야곱의 선발 등판은 없던 일이 됐다. 대신 진야곱은 경기 감각 유지 차원에서 중간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우천 취소 당시 김태형 감독과 한용덕 투수 코치가 민첩하게 판단을 내렸다.
하나 더, 여기에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진야곱을 필승계투조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니퍼트는 이변이 없는 한 후반기부터 1군 엔트리에 등록된다. 통증을 느낀 오른 어깨에는 이상이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두산은 니퍼트-유희관-장원준-스와잭에 진야곱, 허준혁으로 이어지는 6명의 선발 자원을 갖게 된다. 이들 중 한 명은 불펜으로 투입돼야 하는 상황. 스와잭은 용병 출전 제한 때문에 중간투수로 뛰기 힘들고 이제 막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는 진야곱과 허준혁 중 한 명이 보직을 바꿀 수밖에 없다.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일단은 진야곱이 유력한 게 사실이다. 빼어난 구위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수준급의 탈삼진 능력을 바탕으로 셋업맨, 마무리까지 할 수 있다는 평가를 팀 내에서 받고 있다. 문제는 역시 제구인데, 이날 경기 2이닝 피칭을 통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투구 밸런스가 시즌 초보다 월등히 좋아졌다.
올 시즌 두산은 NC와 더불어 삼성의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저지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블론 세이브가 13번으로 이 부문 1위이고 늘 마무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팀이지만, 선발진과 야수진만 놓고 보면 결코 밀리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코칭스태프는 선발 1명의 불펜 전환 카드를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태형 감독도 "어느 정도 구상은 마쳤다"고 밝혔다.
사진=두산 진야곱.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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