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희호 여사의 방북 관련 우리 언론의 일부 보도와 당국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방북 무산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북한은 8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괴뢰보수언론을 비롯한 남조선의 불순세력들이 우리의 최고존엄을 감히 모독하고 훼손하는 극악무도한 도발 망동에 매달리고 있다”며 “(이 같은) 도발을 계속 걸어온다면 모처럼 마련된 기회가 완전히 허사로 될 수 있다는 것을 엄숙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여사의 방북 여부는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못한 상태라며 (남한의) 행동여하에 달려 있다”고 압박했다.
북한은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이 여사에게 항공편 이용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새로 지은 평양국제공항 선전용이라고 해석한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평양 개성고속도로가 수리 중에 있어 이 여사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려는 순수한 배려였는데 이 같은 선의조차 왜곡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최근에 잇달아 보도된 북한 고위 인사들의 탈북설에 대해서 북한이 불편한 심경을 표출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방북 무산까지 운운하고 나서면서 향후 방북단 규모나 구성에 있어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커 보인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순안공항은 김정은의 역점사업이라 아래 사람들이 예민하게 챙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 추가적인 잡음이 나오면 방북이 전격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또 최근 우리 해경에게 구조된 선원 5명 중 귀순의사를 밝힌 3명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억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송환하지 않을 경우 보다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통지문을 보내와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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