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의 호텔 쪽지 해석 분분
유로 그룹 회원국들과 3차 구제금융 협상에 나선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신임재무장관의 손글씨 메모가 언론에 유출돼 화제다.
차칼로토스 장관이 7일(현지시간)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긴급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던 중, 왼손에 들고 있던 메모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손바닥 두 개 크기의 호텔 메모지에 영어로 작성됐으며, 내용 중 일부에 ‘승리주의는 안된다(no Triumphalism)’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로이터는 이 문장을 “국민 투표 승리로 인해 지나치게 도취되지 말자고 스스로 자제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임 재무장관이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툭하면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얼굴을 붉혔는데,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도 “국민 투표에서 승리한 것에 대한 언급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차칼로토스 장관이 구체적 협상안 없이 호텔 쪽지에 협상 방향만 적어온 데 대해서는 “무성의하다” “초보적인 실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스는 이어 열린 정상회담 회의에서도 원칙적 제안만 제시해, 회원국 정상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 때문에 차칼로토스관의 메모가 더 주목을 받는 대상이 됐다. 트위터에는 이를 풍자하는 패러디 사진들도 나돌았다.
주요 인사들의 개인 메모가 우연히 언론에 포착된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2009년 4월 영국 대테러 담당 런던 경찰국 부국장 봅 퀵이 고든 브라운 당시 총리 사무실을 나오면서 대외비 서류를 펼쳐 들고 있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서류에는 대테러 작전을 펴고 있는 고위 공무원 이름과 위치, 테러조직 관련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영국 경찰은 테러 용의자들이 이 사진을 보고 잠적할 것을 우려해 예정보다 앞당겨 대테러 작전을 실행에 옮겨야 했고, 퀵 부국장은 즉각 사임했다.
2010년 2월에는 미국 공화당 전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이 내슈빌에서 열린 보수 시민단체 집회에 참석해 연설 도중 왼손바닥에 적혀 있던 메모가 카메라에 잡혀 ‘손바닥 커닝’ 구설수에 올랐고 2008년에도 영국 주택장관이었던 캐롤라인 플린트가 “(부동산 상황이)얼마나 더 나빠질 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들고 걷다가 언론에 노출됐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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