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인들 앞에서 공연한 적은 있지만 한국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는 건 처음입니다. 인도네시아 노래를 한국인들에게 소개하게 돼서 기쁩니다.”
인도네시아 근로자 밴드 짬부르사리가 2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무대에 오른다. 푸 파이터스, 케미컬 브라더스, 장기하와 얼굴들, 혁오, 국카스텐 등 국내외 유명 뮤지션들 사이에서 이들의 이름이 눈에 띄는 건 국내에 흔치 않은 인도네시아 밴드이기 때문이다.
짬부르사리는 경기도 안산의 염색, 고무압착기 공장에 다니는 인도네시아 청년들이 결성한 밴드다. 노래를 하는 벨라(23)와 기타리스트 아마드(24), 인도네시아 전통 타악기 카티퐁을 연주하는 랜디(21), 그리고 건반을 다루는 앙기(25)가 의기투합했다. 정규 음악 교육을 받은 멤버는 없지만 모두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 활동을 했던 이들이다. “어느 나라를 가도 인도네시아인끼리는 모임이 있는데 안산 거주자들 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들끼리 뭉친 음악동아리 같은 밴드입니다. 원래 인도네시아에서도 음악 활동을 했으니 여기서도 하고 싶었죠. 인도네시아인끼리 행사가 있으면 공연을 하곤 합니다.”(벨라)
짬부르사리는 지난해 결성해 안산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선 꽤 알려져 있다. 그룹 이름은 ‘여러 가지가 섞여 있는 꽃’이란 뜻이다. CJ문화재단이 다문화 청소년 문화 지원 사업을 하다 안산에서 이들을 발견하고 록페스티벌 출연을 도왔다. CJ문화재단의 신인 뮤지션 지원 사업인 튠업 출신 밴드인 아시안체어샷, 코어매거진, 마호가니킹, 블락스 등은 1회성 프로젝트인 튠업문화나눔밴드를 만들어 짬부르사리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도 이번 무대에 합류한다. 짬부르사리 멤버들은 “하세가와 요헤이가 우리도 잘 모르는 옛날 인도네시아 음악까지 알고 있어서 놀랐다”며 “국적은 다르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짬부르사리와 튠업문화나눔밴드는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에서 인도네시아 노래 2곡을 비롯해 7곡을 연주한다. 짬부르사리의 벨라가 한국어로 ‘밤이 깊었네’, ‘미인’ 등을 부르고, 튠업문화나눔밴드의 제이신(마호가니킹)이 인도네시아어로 ‘스당 잉닌 브르친타’를 부른다. ‘밤이 깊었네’와 ‘미인’은 튠업문화나눔밴드 멤버들이 선곡했다. 짬부르사리 멤버들은 한국어를 조금 알아듣긴 하지만 말은 잘 하지 못한다. 벨라는 “한국어로 부를 때 발음을 잘 못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짬부르사리의 음악에서는 자연히 인도네시아의 정서가 묻어난다. 아마드는 “우리 음악은 슬로 템포의 댄스 곡”이라며 “주로 인도네시아 전통 장르 당둣(dangdut), 특히 자바섬의 당둣을 많이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기타와 건반 악기는 일반 록 밴드 편성과 다르지 않지만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 카티퐁이 포함돼 있어 이채롭다. 카티퐁을 연주하는 렌디는 “카티퐁을 통해 당둣의 요소가 조금 들어간다”며 “드럼과 박자를 맞추는 것이 어려웠며”고 말했다.
짬부르사리 멤버들은 모두 20대의 혈기 왕성한 청년들인데 지난달 18일부터 16일까지 한 달간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이어서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업무가 밤 늦게 끝나는 일이 많고 쉬는 날이 일요일 하루뿐이어서 함께 모여 연습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앙기는 “야간근무라 아침까지 일하고 올 때도 있지만 일요일마다 모여 합주를 하면 즐겁고 힘이 난다“고 했다.
공연을 앞두고 매주 일요일 서울 서교동의 한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는 짬부르사리는 19일 서울 신정동 공연장 CJ아지트에서, 그 다음 주에는 안산M밸리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멤버들은 “큰 무대에 서는 게 떨리지만 잘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근무가 끝나고 고향에 돌아가서도 계속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 돌아가면 집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음악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아마드) “원래 가수가 꿈이어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벨라)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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