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귀열 영어] Dysphemism 폄훼의 표현법

입력
2015.07.08 16:12
0 0

매주 목요일 : Word Play (재미있는 말)

감옥(prison, jail)보다는 교도소(correctional facilities)가 정화된 명칭이다. Prison, Cell같은 부정어와는 달리 Correctional Facilities는 글자 그대로 ‘교정해 주는 곳’이라는 미화의 의미가 있다. 미국이 대공황을 겪던 1930년대에는 갱단이나 마피아가 활개를 쳤다. 당시에는 교도소를 big house라고 불렀는데 갱단이 멋있어 보이던 시절의 완곡어법(euphemism)이었다. 그러나 감옥 가는 것을 ‘작은 집’에 간다고 하거나 ‘콩밥 먹는다’고 하는 것은 정반대의 개념으로 실제보다 더 심하고 기분 나쁘게 말하는 위악어법이다. 대부분의 영한 사전에서 쓰고 있는 위악어법이라는 풀이는 사실 일본인들이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말로는 ‘폄훼어법’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 표현법에는 정중하게 말하는 polite 모드와 가감 없이 표현하는 orthophemism, 미화하는 완곡어법과 남을 깎아 내리는 dysphemism가 있다.

‘저는 건강상 푸른 채소, green salad를 많이 먹습니다’라고 말할 때 옆에서 ‘사람이 토끼나 먹는 풀(rabbit food)을 드시다니’라고 이야기하면 빈정대면서 비꼬는 말이다. 이러한 고의성 부정적 표현법은 그리스어의 어원에서 ‘dysphemism(=mis-+speech, voice)’이라고 부르던 것이고 라틴어로는 ‘mal-phemism’ ‘cacophemism’이라고 한다. 모두 ‘bad speech(폄훼 발언)’인데 같은 말을 고의적으로 나쁘게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을 자극하는 언어다. 사람의 호칭에는 이런 표현법이 많다. 영국에서는 15세기 경부터 여성을 bird라 부르고 젊은 여자를 chick(병아리)으로 부르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잘 쓰인다. 일반적인 표현인 ‘여성’ ‘여자’보다는 비하의 용어이고 ‘아가씨’보다 ‘가시나’라고 할 때의 어감만큼이나 부정적이다. 남자들을 ‘Hey, guys, come and help me’라고 말하는 것도 처음에는 비하의 의미였으나 지금은 중화되어 보통 명사가 됐다.

그러나 이런 표현법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리 들린다. 여성들끼리는 ‘chicks’를 사용해도 무방한데 ‘야, 지지배야 오랜만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남성들이 여성에게 그런 용어를 쓸 때 상당히 다르게 들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흑인들끼리 ‘Hey, nigger, come here’라고 말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백인이나 아시아인이 nigger 용어를 사용하면 왜 ‘깜둥이’라는 용어로 비하해서 부르냐고 화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시아인을 과거에는 Oriental라고 했지만 이 말 속에 비하적 요소가 있다고 하여 Asian-American으로 부르는 것이 완곡어법이고 Chinaman이나 Gook 등은 중국인과 한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완곡어법과 더불어 폄훼 표현법은 문학의 수사법이 아니라 일상의 언어 현상이다.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일단 제대로 알아들어야 칭찬인지 비하인지 구분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