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이후 명맥 끊긴 ‘흑자’ 재현 김시영 도예가
17일까지 청담동 칼리파갤러리서 ‘요변 흑자전’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라면 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달의 아름다움을 흑자 항아리에 담아낸 것입니다”
청곡(淸谷) 김시영(57) 작가는 고려시대 이후 거의 명맥이 끊긴 흑유도기(黑釉陶器)의 전통을 30년째 이어오고 있다. 흑유도기는 청자 또는 백자 가마에서 곁다리로 만들어지다가 고려시대 이후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진다. ‘자기’하면 청자나 백자만 떠올리는 이유다.
30년째 김 작가가 ‘흑자’에 공을 들이는 것은 한국적인 전통과 아름다움을 찾는 일종의 수행과도 같다. 1300℃ 이상 고온의 불길과 24~30시간 이상을 씨름해야만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만족스러운 색깔과 모양, 즉 ‘요변’이 나오지 않으면 작품은 이내 폐기되고 만다.
김 작가는 “100번 정도 작업을 해야만 1개 정도 원하는 요변이 완성됩니다. 때문에 1년에 한 번 전시회를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라고 설명한다.
‘요변’이란 흙을 고온으로 구울 때 유약과 함께 생기는 변화무쌍한 모양과 빛깔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언뜻 보면 철기를 떠올리게 한다. 질감과 신비한 빛깔, 요변의 심오한 형상이 보는 이의 혼을 쏙 빼 놓는다. ‘흑자’에 매력에 한 번 빠진 수집가들이 김 작가의 전시회를 손 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김 작가의 작품은 일본 등 외국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매회사들이 참고하는 ‘일본구락부명감’에 그의 찻잔 하나가 100만엔(약 1000만원)에 책정되기도 했다.
김 작가의 작업실인 경기 홍천의 가평요에서는 제자이자 두 딸인 자인, 경인 씨가 한국 흑유도기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경기 세계도자비엔날레 특별전에 참여한 큰 딸 자인 씨와 서울대 조소과 졸업 예정인 작은 딸 경인 씨는 흑자의 명맥을 이으며 대중화에 앞장 설 예정이다.
김 작가는 “흑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더욱 대중화되고 연구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며 “현대 도예에서도 다양한 발전이 가능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김시영의 ‘요변 흑자전’은 7월 17일까지 청담동 칼리파갤러리에서 이어진다.
이수한 뷰티한국 기자 nuh2006@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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