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영화 평론가라면 즐거울 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아이들을 영화제에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또 그만한 단점도 있다. 영화 평론가 자녀의 유년 시절은 매우 위험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겨울왕국’을 50번이나 봐야 한다는 생각에 조만간 아빠가 폭발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는 ‘북극의 나누크’를 겨울왕국 대신 봐야 할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아빠의 기분에 따라 ‘엑소시스트’가 될 수도 있겠다.
내가 아빠가 되었을 때, ‘내 아이들이 여섯 살에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를 보게 만드는 평론가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약간 예외는 있었지만, 나는 대부분 이 약속을 지켰다. (“얘들아, 너희가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가 좋다면, 프랑스의 실험적인 감독인 장 콕토가 1946년에 만든 다른 버전을 보는 게 어떻겠니?”) 지금까지, 내 아이들은 평범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라왔다.
그러나 최근 나는 내 아이들에게 영화를 소개할 때 더 모험적이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지난 6월 열린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두 아들, 재민( 10) 다닐( 7)에게 찰리 채플린 영화를 처음 보여줄 기회가 있었다. 무주의 아름다운 등나무 운동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선 32분 짜리 단편영화 ‘유한계급’이 상영됐다. 발 밑의 잔디와 머리 위의 별들과 함께하는, 정말이지 완벽한 밤이었다.
사실 나는, 내 아이들이 1921년의 흑백 무성영화보다 자연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아이들은 문제 없이 스토리를 따라갔고, 농담에는 큰 소리로 웃었고, 그리고 다음날 점심 때까지 계속 찰리 채플린의 개그에 대해 재잘댔다.
서울로 돌아온 후, 채플린의 DVD ‘더 키드(1921)’를 아이들에게 한 번 더 시도해 보기로 했다. 재민이가 좀 더 자연스러운 영화 애호가였고, 스토리에 쉽게 빠져들었으며 항상 영화를 끝까지 봤다. 다닐이는 보다 안목이 있는 평론가였고, 영화가 지루할 때는 빨리 흥미를 잃었다. 둘 다 그 영화를 좋아했다. 그래서 ‘시티 라이트(1931)’로 이어졌다.
지난 주 어느날 밤, 다닐이가 잠든 뒤에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했다. 재민이가 더 많은 채플린 영화를 보기를 원했고, 내가 가진 채플린 영화는 더 이상 없었다. IPTV로 빠른 검색 을 해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다행히 나에게는 ‘채플린의 라이벌’ 버스터 키튼의 ‘제너럴 (1926)’ DVD를 가지고 있었다. “이거 한 번 보자”. 키튼 특유의 무표정한 스타일의 유머가 효과적일지 확신할 수 없었다. 재민이는 불타는 다리 위에서 실제 열차가 강으로 추락하는 장면을 보며 흥미로워 했다. 영화는 시작 후20분 동안 군대와 자원봉사 등에 대한 더 미묘한 개그를 선보였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다음 날, 재민이는 ‘제너럴’을 다닐이에게도 보여주자고 했고, 아이들은 보는 내내 웃음꽃을 피웠다. 바로 다음 날, 재민이는 가족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5시에 홀로 일어나 또 다시 DVD를 봤다.
언젠가 “내 생일에 캐서린 햅번 파티를 열어달라”고 고집부린 열 두 살짜리 딸을 둔 여성의 글을 뉴욕 타임즈에서 읽은 적이 있다. 아이는 친구들을 모두 초대했고, ‘아이 키우기 (1938)’와 ’필라델피아 스토리 (1940)’ 를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다른 아이들의 부모는 진짜 그런 파티가 가능할 지 회의적이었지만, 영화상영은 큰 호응을 얻었고 파티는 성공적이었다.
온라인 세계가 오프라인 세계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시대, 카카오톡 대화가 현실 대화보다 훨씬 더 많은 시대에, 내 아이들 세대가 더 이상 출연 배우가 살아있지도 않는 흑백 영화에 유대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어찌됐든, 세대초월의 교감을 확인한 것은 안심할 일이다. 물론, 내 아이들은 여전히 요즘 영화를 보고 있다(패딩턴을 특히 좋아했다). 그러나 나는 가끔 우리가 어린 아이들의 지성과 취향을 과소평가 한다고 생각한다.
놀랍게도 ‘버스터 키튼 특별전’이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주말에 아이들은 처음으로 키튼의 영화를 큰 스크린에서 맛보게 될 테다.
한편, 예전부터 수십 년 동안 논의됐던 쟁점에 두 아들을 끌어 들이고야 말았다. 채플린과 키튼 중에, 누가 더 천재인가? 이는 영화 평론가와 학자 사이에서 놀라울 정도로 뜨거운 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질문이다. “키튼이요” 재민이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채플린이요” 다닐이 말했다.
배우 겸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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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s and Classic Movies
Some people might assume it would be fun to have a parent who works as a film critic. I guess there are benefits, such as occasionally being brought along to a film festival. But there are surely drawbacks as well. Childhood can be a dangerous time for the offspring of film critics, because sooner or later Daddy is going to explode at the idea of watching Frozen for the 50th time, and will instead try to make you watch Nanook of the Nort(북극의 나누크). Or perhaps, depending on his mood, The Exorcist(엑소시스트).
When I became a father, I told myself that I wouldn’t be the kind of film critic who makes my kids watch Ingmar Bergman movies at age 6. For the most part, I have kept to my promise, with a few exceptions. (“Hey kids, if you like Disney’s Beauty and the Beast, how about watching this other version made by the experimental French director Jean Cocteau in 1946?”) To date my kids have grown up with a pretty normal viewing program.
But recently I’ve regretted not being more adventurous in introducing films to my kids. In June my two sons, Jamie (age 10) (재민, 만10세) and Danil (age 7) (다닐, 만 7세), happened to see their first Charlie Chaplin film at the Muju Film Festival (무주산골영화제). During the opening ceremony, the 32-minute short The Idle Class (유한계급) was screened in Muju’s beautiful Wisteria Vine Public Stadium (등나무운동장). It was a perfect night, with stars overhead and grass underfoot. But deep down I expected that my kids might be more interested in the stars and the grass than in the black-and-white silent film from 1921 projected onto the screen in front of them. I was wrong. They followed the story without a problem, laughed out loud at the jokes, and were still chattering about Charlie Chaplin’s gags during lunch the next day.
After coming back to Seoul, I decided to try again, with my DVD of Chaplin’s The Kid (1921). Jamie is the more natural film enthusiast, falling easily into a story and always watching a film through to the end. Danil is the more discerning critic, quickly losing interest if a film is boring. Both of them loved it. City Lights (1931) soon followed.
One night last week, after Danil had gone to sleep, I found myself in the unexpected position of having Jamie request more Chaplin, and not having any more of his films available. A quick search on our IPTV service turned up nothing. But I did happen to have a DVD of Buster Keaton’s The General (1926). “Let’s give it a try,” I thought, not sure if Keaton’s particular style of deadpan humor would work. I figured that Jamie would enjoy seeing a real train drive over a flaming bridge and plunge into a river, but the opening 20 minutes of the film featured more subtle gags about courtship and volunteering for the army. I needn’t have worried. The next day, Jamie insisted on showing The General to Danil, and the two of them laughed all the way through. The following day, Jamie happened to wake up at 5am, so he loaded the DVD and watched the film again while the rest of us slept.
I remember an article I read once in The New York Times, written by a woman whose 12-year old daughter insisted on throwing a Katharine Hepburn party for her birthday. She invited all her friends, and they spent the day watching Bringing Up Baby (1938) and The Philadelphia Story (1940). The parents of the other kids had expressed some skepticism if that idea was really going to work, but apparently the films were hugely popular, and the party was a success.
Watching kids grow up in an era when the online world exerts a stronger pull than the offline world, and Kakao Talk conversations outnumber real-life conversations, it’s easy to think that my kids’ generation would feel no connection to black-and-white films starring actors who are no longer alive. Somehow it’s reassuring to see that this cross-generational connection can actually take place. Of course, my kids haven’t stopped watching contemporary films (Paddington was particularly popular). But I think sometimes we underestimate the intellect and taste of young children.
By some incredible stroke of good fortune, a 32-film Buster Keaton retrospective happens to be taking place right now at the Seoul Art Cinema on Jongro. So this weekend, the kids will get their first taste of Keaton on the big screen.
Meanwhile, I couldn’t resist pulling my two sons into that controversial, age-old debate that has raged on for decades. Who was the greater genius, Chaplin or Keaton? It’s a question that can provoke surprisingly heated arguments among film critics and scholars. “Keaton,” says Jamie with confidence. “Chaplin,” says Dan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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