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野 단일화 협상 때 풋풋
안철수, 대선 당시 美 출국 순수
손학규, 정치권서 역할 아직도 필요"
지난 해 10월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서 사퇴한 뒤 침묵을 지켜온 박영선 의원이 야권의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당내 계파갈등이 신당 창당설로 이어지는 미묘한 상황에서 당내 비노 세력의 한 축인 박 의원의 목소리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박영선 의원실에 따르면 15일 발간 예정인 그의 저서 ‘누가 지도자인가’에는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손학규 전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급으로 거론되는 현역 정치인과의 에피소드와 개인적 인물평이 담겨있다.
박 의원은 문 대표와의 대표적 에피소드로 2011년 11월 서울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진행된 대선 후보 단일화 3차 비공개 회담을 꼽았다. 당시 박 의원은 2011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팀장을 맡아 두 정치인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연이 있다. 박 의원은 “3차 회담에서 예상보다 안 후보가 단일화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문 후보가 창백한 얼굴로 휘청거리며 협상팀에게 와 ‘(안 후보와) 얘기가 잘 안됐습니다. (팀 여러분들은) 당원으로 입장이 있으니 (저의 단일화가 실패해도) 당의 입장을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문 후보 표정이 너무 안 좋아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해석했다”며 “정치 경험이 많지 않았던 사람의 풋풋한 모습이 나타난 사례지만 결론적으론 그 풋풋함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데 결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안 의원에 대해선 지난 대선 당시 미국 출국을 전후한 상황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박 의원은 “안 후보가 문 후보의 대선 승리를 예상하고 미국행을 결심했다”며 “대선 승리 후 자신이 국내에 있으면 문 후보에게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해 ‘백의종군’의 의미로 미국행을 결정하고 문 후보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기억했다. 노쇠한 정치인이었다면 문 후보가 질 경우까지 모두 계산해 자신의 이익부터 챙겼겠지만, 안 후보는 직업 정치인으로 보기엔 순수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모습이었다는 취지다.
최근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에 대한 언급도 눈길을 끈다. 박 의원은 “원내대표를 사퇴하고 강진에 칩거 중인 손 전 대표를 정치인으론 처음으로 독대했다”며 “대화 내용을 다 밝힐 순 없지만 사람들이 왜 손 전 대표의 ‘저녁이 있는 삶’을 아직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아직 손 전 대표가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하지 않았지만 정치인으로 그의 역할이 정치권엔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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