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포항 2후판공장 폐쇄
中企ㆍ협력사 등 연쇄 가동중단
지난 1년간 근로자 1500여명 실직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 속 대안부재
국내 제1의 철강산업 도시 경북 포항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글로벌철강경기침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문 닫는 기업이 속출하면서 고용불안이 심해지고 있다. 연쇄적으로 항만과 화물차운송업 등 연관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쳐 부동산 경기까지 영향을 주는 등 지역경제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한 달 월급이 700만원이 넘던 경북항운노조 소속 근로자들은 최근 월 250만원도 손에 쥐기 힘들다. ‘신의 직장’은 고사하고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포항철강공단의 수출입 물량이 급감하면서 포항지역 항만하역 일감도 크게 줄어든 탓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포항철강관리공단 수출은 올 4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4% 줄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고 감소폭도 확대되는 실정이다. 수입 규모 또한 원료인 철강석 수입 감소로 지난해 12월부터 줄곧 하락세다. 당분간 철강공단 생산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내수부진에다 세계적인 철강경기 침체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간 호조를 보였던 강관업계도 유가폭락에 따른 미국 셰일가스 개발이 주춤하면서 강관수요가 줄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포항철강산업단지 생산액은 1년 전보다 11.5% 하락하는 등 5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포항 철강산단 강관업체 A사는 올 5월 생산액이 60억원으로 1년 전 650억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또 다른 강관업체 B사는 지난해 5월 430억원어치 제품을 생산했으나 올 5월에는 50억원을 겨우 올렸다.
이 같은 철강경기침체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A사는 올 들어 6개월간 전체 직원 320명 가운데 150명을 내보내야만 했다. 남은 170명의 일자리도 불안한 상황이다. B사는 300명 중 180명을 정리했다.
동국제강은 이달 말 포항제강소 2후판공장을 폐쇄하고 충남 당진공장으로 일원화한다. 협력사까지 300명이 실직위기에 처했다. 현대제철은 이미 지난 1월 포항공장의 75톤급 전기로와 철근 설비를 폐쇄했다. 특수강 전용공장 전환을 계획하고 포항시와 투자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내부사정으로 미뤄져 협력 업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 관계자는 “포항철강공단 경기가 사상 최악이다”며 “업체에 사정을 묻기도 미안할 지경이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철강업계 구조조정으로 지난 1년간 포항철강공단을 떠난 근로자가 1,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포항철강산단의 쇠락이 가속화되면서 항만하역, 화물운송 등 연관 산업은 물론 부동산까지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한 아파트 시행사는 “올 연말 포항에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공동주택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데 철강공단 내 구조조정이 줄을 이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동국제강 협력업체의 직원 취업알선 등 긴급 지원 대책에 나섰다. 철강공단이 위치한 포항 남구지역 기반 새누리당 박명재 국회의원도 지난 2일 서울 국회에서 철강산업 위기대응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뒷북 대책이라는 눈총만 받고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김진홍 부국장은 “포항시가 그나마 남아 있는 철강업체라도 살리려면 자동차, 조선 등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장갑차, 트레일러와 같은 특수차 업체 유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주방용품, 골프채 회사, 선박 수리소와 같은 작은 기업이라도 적극 유치해서 철강 제품을 팔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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