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이 자민당 총무회장
"외무성 협상 경위 따져보겠다"
일본정부가 대외적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업시설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강제노동’을 한 것은 아니란 주장을 본격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는 자신들의 성명과 관련해, 강제징용자의 배상 청구권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내부에선 이번 한일간의 강제노동 표현 합의가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며 외무성에 대해 ‘외교실책’이라고 몰아세우는 등 역사에는 눈감은 채 적반하장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정부는 향후 타국과 양자협의와 국제회의 등을 활용해 한반도 출신자들의 노동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조약’이 금지하는 강제노동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설명할 방침이라고 교도(共同)통신이 7일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와 관련 “1944년 9월부터 1945년 8월 종전 사이에 국민징용령에 근거를 두고 한반도에서 징용이 이뤄졌다”며 “이런 동원이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은 일본정부의 기존 견해”라고 못박았다. 일본정부는 이와 별도로 피해자 추모를 위한 정보센터 설립 등 약속된 후속조치와 관련해 부처간 조율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총무회장은 다음번 총무회 회의때 외무성을 불러 협상경위를 사정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강제노동 인정 여부에 대한 여지를 줬다며 ‘과도한 양보’를 추궁하겠다는 식이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총리관저 주변에선 “마무리가 허술하다, 직업외교관으로서 실격” “한국이 막판 경직된 태도를 보여 일본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냈다, 한국에 당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한국의 협상태도가 이렇게까지 심할 줄 생각도 못했다, 외무성의 실패라고만 할 수도 없다”는 옹호론까지 있다.
일본언론은 담담한 반응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한반도 출신자가 이직(離職)의 자유 없이 중노동을 강요당한 역사에 눈을 감아선 안된다”면서도 “등재자체를 반대하던 한국정부가 국내용으로 외교적 승리를 연출할 필요가 있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한국에선 강제노역과 강제노동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도쿄신문은 “전시에 식민지로부터 다수 동원돼 가혹한 노동에 종사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1965년 한일조약에서 합의한 이상 한국정부는 배상을 요구하는 움직임과는 분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계 친한파인 마이크 혼다(민주) 미 연방 하원의원은 6일 “아베 정부의 전형적인 역사호도 시도”라고 일본정부 움직임을 비판했다. 혼다 의원은 “일본은 2차 세계대전 기간 세계 각국의 전쟁포로들이 산업혁명시설에서 노예노동을 당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 공포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들에게 명백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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