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부실 방역 논란에 휩싸인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 부분을 독립하자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는 6일 “보건과 복지 분야가 공존하는 현행 조직 체계로는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 확산의 조기 대응이 미흡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적절하게 하지 못한다”며 “지속적인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수립하고 효율적인 보건의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조직이 복지에 치우쳐, 보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의료관련 부서는 행정고시 출신 관료가 포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복지부 분리는 2003년 사스 창궐 당시에도 제기됐고, 2009년 신종플루 때도 언급된 해묵은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보건과 복지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조직이 관료화하는 비정상 상황에서 논의의 타당성을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은 53억4,000억 원 규모이지만, 이중 건강보험을 제외한 순수 보건의료예산은 2조2,793억 원으로 4%에 불과하다. 1990년 이후 거쳐간 장관 27명중 의사와 간호사 출신은 각각 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정치인이나 관료가 도맡았다. 문형표 장관은 국민연금 전문가, 장옥주 차관은 행정고시 출신의 관료로, 현직 장ㆍ차관도 모두 비의료 전문가다. 보건복지부 조직이 복지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게 빈말이 아니다.
그간 보건부 분리 논의는 부처간 이기주의 충돌 우려가 걸림돌이 돼왔다. 벌써부터 기초생활보장과 기초의료보장 업무가 이원화해 원활한 업무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대로 된 보건부 조직을 만들려면 환경부의 환경보건, 고용노동부의 산업보건 등 각 부처에 흩어진 보건 기능을 통합해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부처간 밥그릇 지키기 논란으로 비화할 거라는 우려도 나왔다. 당장 대한한의사협회가 보건부 독립에 대해 “양의사 출신 장차관을 만들려는 정치적 공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촌의 왕래가 잦아지고 질병이 광역화하면서 보건 전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미국, 영국 등 27개국이 보건과 복지를 별도 부처로 운영하고 있다. 신종 전염병이 언제 어느 경로를 통해 확산될 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신속한 대처 능력을 가진 조직을 갖출 필요성을 인지한 까닭이다. 새 조직을 갖추기 어렵다면 복수 차관제도를 도입, 이중 한 명을 보건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다소간의 논란이 있더라도 다시 찾아온 논의의 기회를 그냥 내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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