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헤비메탈을 자주 듣는다. 단순 음계에서 요란한 데시벨로 두들겨 부수고 외쳐대는, 어린 시절 괜히 멋있어 보였던 긴 머리 무뢰한들의 음악을. 어릴 땐 그들이 외계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만큼 만화 같고 그래서 유치하고, 또 그래서 백치 같은 음악. 가만히 듣고만 있으면 심심하고, 방과 거실을 뛰어다니며 헤드뱅이라도 해야 제 맛이다. 공연히 부질없고 복잡하기만 한 생각들이 머릴 짓누를 때 곧잘 이러곤 한다. 마음에 압이 올라 구심 없이 정신만 난분분할 때, 그보다 더 강하고 빠른 속도감 속에 스스로를 놓아버리면 일순, 어떤 텅 빈 공허상태와 마주할 때가 있다. 강한 금속음의 소용돌이가 일정한 평형상태에 이르면서 음색은 사라지고 휘발성 강한 리듬만 공명하는, 의외로 가벼운 공간감이 몸을 감싸게 된다. 격렬한 소음의 한가운데 이렇듯 단순하고 고요한 자성의 공간이 있다는 게 꽤 신비롭다. 생각도 비워지고, 무슨 갑옷을 벗어버린 듯 몸도 가벼워진다. 외부의 소음이 내부의 고요를 불러오는 역설적 상황이랄 수 있을 텐데, 그러고 다시 정신 차려 보면 어떤 커다란 짐을 먼 곳에 두고 돌아온 기분이 된다. 그걸 멀찍이서 바라보면 그저 늘 그 자리에 있는 의자거나 탁자거나 냉장고 따위다. 요컨대, 생각이 생각을 만들어 엉뚱한 짐을 스스로 짊어졌던 형국. 헤비메탈, 정말 외계의 자정음파인 걸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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