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사진) 전 국무장관 캠프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가족 소유 클린턴 재단의 후원금 불법모금 및 사적인 이메일 사용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데다가, 후발 주자인 무소속 버니 샌더스(73·버몬트) 상원의원의 '돌풍'이 거세지면서 '대세론'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4월 12월 대선 출마선언 이래 언론 기피로 일관했던 클린턴 전 장관이 7일(현지시간) CNN과 첫 언론 인터뷰를 하기로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인 것으로 보인다.
"만만치 않아 걱정이다."
힐러리 캠프의 제니퍼 팔미어리 공보국장이 6일 같은 당 경선 주자인 샌더스 의원을 두고 한 말이다. MSNBC의 '모닝 조'에 출연해서다. 그는 "우리는 정말 그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그가 선거에서 만만찮은 세를 보여줄 것"이라며 "그 세가 약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샌더스가 민주당 예비선거는 물론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도 잘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힐러리 캠프 핵심 간부의 이런 말이 그저 엄살인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무소속 샌더스의 돌풍이 실제 거세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대중 유세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여야의 쟁쟁한 후보들을 능가하는 1만여 명의 지지자들을 모았다. 후원금도 두 달 만에 1천500만 달러(약 168억 원)를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또 지난주 한 여론조사에서는 초반 경합주인 아이오와 주에서 7주 만에 지지율이 배로 뛰었는가 하면, 역시 경선 풍향계로 꼽히는 뉴햄프셔 주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을 10% 포인트 미만의 차이로 바짝 뒤쫓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그는 지난 5일 CNN에 출연해 정권을 잡으면 자신과 경제 코드가 맞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을 내각에 발탁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등 자신감이 넘쳐 있다.
'월가 때리기'를 앞세워 민심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1위 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은 가족 소유 재단의 후원금 수수 논란 등으로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보통사람의 대변자라는 이미지는 많이 손상됐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힐러리 캠프가 5일 '대형 사고'를 친 게 클린턴 전 장관을 결국 방송 인터뷰로 끌어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전날 첫 경선 프라이머리가 열려 '대선 풍향계'로 통하는 뉴햄프셔 주 북부의 고햄지역에서 거리행진을 하는 동안 참모진들이 흰색 로프로 차단막을 친 것.
클린턴 전 장관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봉쇄하기 위해서였는데 마치 '경찰 통제선'처럼 방송 영상에 비쳐지며 언론의 뭇매를 맞아 불통 이미지만 더욱 깊어졌다.
결국 클린턴 전 장관은 7일 아이오와 주 아이오와시티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래 첫 전국 단위 언론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CNN은 이러한 사실을 전하면서 "인터뷰는 주말 로프 사용으로 비판에 직면한 뒤 이뤄졌다"고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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