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에 불빛도 없이 고속질주, 교차로 우회전 차량과 충돌 일쑤
자전거도로에서 충돌사고도 빈발… 대구 자전거 사고비율 전국최고
"자전거도 車… 안전모·전조등 필수, 전용도로도 제한속도 엄수해야"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따가운 뙤약볕을 피해 밤에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야간 자전거 타기의 기본인 전조등 켜기와 안전장구 미착용 등 기본을 지키지 않아 보행자와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대구지역 대표적인 시민휴식처인 신천과 금호강 등에는 요즘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해가 떨어지면 산책하거나 자전거 타는 시민들이 북적인다. 그런데 순간순간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후미등은 물론 전조등도 없이 질주하던 자전거가 산책객이나 다른 자전거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정거하거나 부딪치기 일쑤다. 신천에는 대부분 구간에 가로등이 있지만 어두운 곳도 적지 않고, 금호강은 대부분 가로등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천에는 둔치 폭이 좁은 곳은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사용하는 겸용도로로 돼 있어 한층 더 주의가 필요한 곳이지만 이에 아랑곳 않는 무개념 라이더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거의 매일 저녁 신천에 산책을 나가는 김모(55ㆍ대구 수성구)씨는 “날이 더워질수록 밤이 되면 신천둔치는 운동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데, 자전거 타는 사람의 30~40%는 불이 없다”며 “보행자 자전거 겸용 구간에서 갑자기 나타난 자전거 때문에 놀란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북구 침산동 신천 ? 금호강 합류지점에서 팔달교 매천교로 이어지는 금호강 산책ㆍ자전거도로도 밤에 더 붐비는 구간인데, 이곳 역시 ‘다크라이더’들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모(37ㆍ북구 침산동)씨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분리돼 있지만 자전거나 보행자들이 서로 침범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가로등도 없는데 쏜살같이 달려오는 자전거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흔적도 없이 달리는 다크라이더는 도로에선 더 위험하다. 최근 오후 10쯤 승용차로 귀가 중이던 김모(32ㆍ대구 동구)씨는 북구 복현동의 한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다 큰 사고를 낼 뻔했다. 김씨 오른쪽에서 뒤따르던 자전거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 나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밤중에 전조등도 켜지 않고 짙은 옷차림의 자전거를 사이드미러로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불만 켜고 왔어도 쉽게 발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대구가 분지여서 급경사 구간이 적고, 4대강 사업 이후 신천, 금호강, 낙동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면서 레저나 일상 생활형 자전거 이용자가 늘고 있는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의식은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자전거 교통분담률은 3.0%로 경북 3.36%, 전북 3.24%에 이어 전국 3위다. 7개 특별ㆍ광역시 중에서는 1위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전체 교통사고 중 자전거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경찰청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교통사고 중 자전거 비율은 9.7%로 서울 8%, 대전ㆍ경북ㆍ전북 6.3%보다 훨씬 높다.
대구지역 자전거 사고는 2013년 1,433건, 지난해는 1,680건으로 17%나 늘었다. 사망자가 20명에서 15명으로 줄었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 할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도 끌고 갈 때는 보행자이지만 타고 가면 엄연한 차(車)”라며 “도로나 자전거도로 등을 달릴 때는 안전모를 반드시 써야 하고, 밤에는 차량처럼 전조등과 후미등을 켜야 사고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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