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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다리 무너졌다" "협상 여지 남았다"… 시계제로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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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다리 무너졌다" "협상 여지 남았다"… 시계제로 그리스

입력
2015.07.0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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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국들 "더 이상 협상 상상못해"

치프라스 反긴축에 큰 반감도 부담

투표는 2차 협상안에 대한 거부

美 등 그렉시트 부정적 '실낱 희망'

그리스 국민투표가 치러진 5일 알렉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아테네 투표소에서 밝은 표정으로 투표하고 있다. 아테네=UPI 연합뉴스
그리스 국민투표가 치러진 5일 알렉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아테네 투표소에서 밝은 표정으로 투표하고 있다. 아테네=UPI 연합뉴스

5일 채권단의 2차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한 그리스의 압도적인 반대로 그리스 사태는 전인미답의 미지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인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점치기엔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렉시트로 한발 더

그리스의 압도적인 부결 결과에 놀란 유로존 채권국 지도자들은 7일 긴급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으나 자국의 여론은‘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쪽이어서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특히 그리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대연정 정당 인사들의 반발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5일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는 치프라스 총리가 유럽과 그리스를 타협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다리를 무너뜨렸다며 더 이상의 협상은 “거의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5일 독일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국민이 그렉시트를 선호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내부 반발은 메르켈 총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채권국들이 치프라스 정권에 갖고 있는 반감도 그리스와의 협상에 비관적인 전망을 더하고 있다. 올 1월 반(反) 긴축을 기치로 집권한 좌파 정당연합 시리자는 채권단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국민투표라는 배수의 진까지 치며 유로존 위기를 고조시켰다.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국이 “그리스 국민에 대한 협박”을 일삼는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해 채권국 정부의 분노를 샀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6일 그리스 투표 결과가 압도적인 '반대'로 나오자 굳은 얼굴을 한 채 베를린 총리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6일 그리스 투표 결과가 압도적인 '반대'로 나오자 굳은 얼굴을 한 채 베를린 총리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그리스에 대한 대규모 부채탕감이 이뤄진다면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이 허약한 다른 남유럽 국가들도 채무 탕감을 요구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그리스와 협상의 발목을 잡는다. 스페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5일 그리스의 국민투표의 첫번째 출구 결과가 발표된 후 스페인의 경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회동을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하는 등 그리스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임기 중에는 유럽 채무 탕감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천명했지만 그리스로 인해 유럽 채무 부담이 유럽연합 공동의 문제로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

5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에서 국민투표 1차 결과 발표 후 “반대” 지지자들이 그리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이번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이 제안한 구제금융안을 반대하는 유권자는 61%로 찬성을 22% 포인트 차로 압도적으로 앞질렀다. 뉴시스
5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에서 국민투표 1차 결과 발표 후 “반대” 지지자들이 그리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이번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이 제안한 구제금융안을 반대하는 유권자는 61%로 찬성을 22% 포인트 차로 압도적으로 앞질렀다. 뉴시스

그럼에도 타결을 점치는 근거

그럼에도 국민투표 결과는 2차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한 거부일 뿐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간의 이견 차가 그리 크지 않아 협상이 성사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우선 치프라스 총리가 제안한 마지막 협상안은 채권단과 협상의 가능성이 작지 않다. 지난달 30일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에 향후 2년간 약 300억유로를 지원해 달라는 내용의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연금삭감과 부가가치세 인상 등 채권단의 요구 사항을 일부 수정하는 조건으로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게다가 채권단과 그리스가 협상에 임할 명분과 도구도 갖춰졌다. 6일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채권단과의 협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사임한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정권의 채무 협상을 강경하게 이끌어 온 그의 사임은 채권국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또 지난 3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그리스 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헤어컷(탕감)도 필요하다”는 보고서도 협상의 전망을 밝게 한다. 치프라스 총리는 5일 이 보고서를 언급하며 협상 테이블에 부채 문제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그렉시트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협상 타결에 긍정 요소다. 5일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지난달 미국이 “6개월간의 새로운 러시아 제재에 돌입한 시기에 그렉시트가 벌어지면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유럽연합을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그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어느 누구도 그 파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그렉시트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때문에 채권국 중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은 지속적인 협상 재개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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