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법화 판결 이후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동성혼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의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서부지법은 영화감독 김조광수(50)씨와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의 대표 김승환(31)씨가 서울 서대문구를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 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의 첫 심문기일을 6일 오후 열었다. 심리는 가족관계등록 비송사건을 전담하는 이기택 법원장이 맡았다.
2013년 9월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같은 해 12월 서대문구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구는 “동성 간 혼인은 민법에서 일컫는 부부로서의 합의로 볼 수 없어 무효”라며 신고를 반려했다. 이에 이들은 “민법 어디에도 동성 간 혼인금지 조항이 없고, 혼인의 자유와 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36조 1항에 따라 혼인에 대한 민법 규정을 해석하면 동성혼도 인정된다”며 지난해 5월 법원에 불복신청을 했다. 호적 사무를 위임 받은 지방자치단체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을 할 경우 지방법원에 불복신청을 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비송사건은 법원장이 결정을 내린 후 당사자들에게 송달하기만 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가슴에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배지를 달고 서로의 손을 잡은 채 밝은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섰던 두 사람은 심리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김조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울먹거리면서 “우리는 단지 우리 관계를 인정해달라는 것인데 왜 혐오를 겪어야만 하냐”며 “동성애자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을 하지 말고 우리 관계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도 “재판 과정에서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면서 힘들었던 정신적 고통이나 이런 것들을 한번 더 느낀 것 같다”며 “시간이 걸릴지라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22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40여명에 이르는 원고 측 소송대리인단 가운데 류민희 주심변호사 등 15명도 이날 변론에 참여했다.
한편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회원 등 30여명은 이날 서부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결혼을 금지할 것을 주장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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