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 선수 명단 모형 우물에 넣고
대니 리, 그린브라이어 클래식 우승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5ㆍ한국명 이진명)가 연장승부 끝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대니 리는 6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올드화이트 TPC(파70ㆍ7,287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그린브라이어 클래식 최종일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267타로 케빈 키스너, 로버트 스트렙(이상 미국), 데이비드 헌(캐나다)과 연장전에 돌입했다. 대니 리는 17번홀(파5)에서 이어진 2차 연장에서 파를 잡으며 보기에 그친 헌을 제치고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대니 리는 이날 공동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5위에서 출발했다. 라운드 막판 극적으로 1타를 줄인 그는 공동 선두로 도약하며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파3)에서 펼쳐진 1차 연장에서 대니 리와 헌은 잇따라 버디를 잡으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버디를 낚지 못한 키스너와 스트렙은 1차 연장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차 연장에서 대니 리는 티샷 실수를 범했지만, 헌이 볼을 벙커 턱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대니 리는 세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위에 올렸지만, 헌은 또 다시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대니 리는 마지막 퍼트를 보기 좋게 성공하며 대회를 매조졌다.
대니 리는 이번 우승으로 120만6,000달러(13억5,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16일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열리는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는 우승 소감에서 “내가 드디어 해냈다”며 “골프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매주 골프장에 올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니 리는 이날 경기에서 ‘특별한 의식’을 거행했다고도 전했다. 캐디에게 부탁해 연장전 선수 명단을 18번홀 티 근처에 있는 모형 우물에 넣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내가 이길 수 있었다”며 “준비가 됐다는 기분이 들었고, 정말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의식의 효과’를 설명했다. 이번 대회가 열린 올드화이트 TPC는 옛 유황온천이 있던 곳으로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의 우승컵도 사람들이 온천을 즐기던 우물을 형상화한 모습을 하고 있다.
1990년 한국에서 태어난 대니 리는 8세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그는 골프 티칭 프로 출신 어머니 서수진씨의 지도를 받은 덕분에 어려서부터 남다른 골프 실력을 뽐냈다.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실력을 쌓은 대니 리는 2008년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그의 나이 18세1개월은 타이거 우즈의 대회 최연소 우승 나이(18세7개월29일)보다 6개월 이상 빠른 것이었다.
그는 2009년 4월 프로로 전향했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냉혹했다. 어려서부터 ‘골프신동’으로 불렸지만, 프로 첫 승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둔 것이 이번 대회 전까지 그가 낸 최고 성적이었다.
국적은 뉴질랜드이지만 한국과의 인연도 이어가고 있다. 대니 리는 17세 때인 2006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매경오픈에서 3위에 오르며 국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1년에는 성균관대에 체육특기자로 입학했다. 그의 롤모델 가운데 한 명은 최경주(45)이다. PGA와 인터뷰에서 그는 “타이거 우즈, 앤서니 김, 최경주와 함께 경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재미동포 제임스 한(34)은 공동 6위(11언더파 269타)에, 케빈 나(32)는 타이거 우즈(미국)와 함께 공동 32위(7언더파 273타)에 올랐다. 전날까지 공동선두였던 박성준(29)은 이날 5타를 잃으며 노승열(24ㆍ나이키골프)과 함께 공동 37위(6언더파 274타)로 대회를 마쳤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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