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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쁨 준 은퇴 선수들… 힘들 때 도움 받을 자격 있다"

입력
2015.07.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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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겪다 세상 등진 故 김병찬씨, 장애 얻고 월 52만원 연금으로 생활

"체육인 ·정부 함께 반성해야 할 일, 지금이라도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종목과 나이를 떠나 절친으로 알려진 김성근(73) 한화 감독과 역도 스타 장미란(32)이 모처럼 만나 장시간 체육계의 미래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장미란은 4일 한화-NC전이 열린 대전구장을 찾았다. 김 감독이 먼저 얼마 전 안타까운 모습으로 숨진 역도 김병찬 선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뉴스를 통해 고(故) 김병찬씨의 사연을 들었다. 정말 슬픈 일이었다”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장미란은 “사실 김병찬 선배를 뵌 적은 없고 다른 선배들을 통해 어떤 분이 셨는지에 대해 들었는데 이렇게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실 줄 몰랐다”며 “정말 비통했다. 후배로서 죄송한 마음뿐이다”라고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병찬씨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90kg급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이후 1992년 아시아역도선수권에서도 3관왕에 오르는 등 당시 남자 역도 간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1996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장애인이 됐고 매월 52만5,000원의 메달리스트 연금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김 감독은 “김병찬씨 덕에 즐거워한 사람이 참 많았을텐데…. 나를 비롯한 체육인, 그리고 체육 관련 행정가들의 잘못이다”면서 “늦었지만 더 늦지 않게 체육인부터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숙제를 제시했다. 장미란은 이미 이런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은퇴 후 장미란 재단을 설립해 청소년들의 체육 활동을 돕는 장미란은 최근 은퇴 선수들의 복지를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몇몇 국가대표 출신 선수와 함께 국회를 찾아 “체육인 복지법 통과와 한국체육인복지재단 설립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국회의원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장미란은 “솔직히 나도 현역 때는 이렇게 체육인들이 힘겹게 살아가는지 몰랐다. 논란을 만들고 싶진 않지만, 현실이 너무 답답하니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서 “최근 은퇴한 선수 중에도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20년 가까이 한 분야를 파고든 전문가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해당 종목과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게 되더라. 이 과정에서 겪는 설움도 크다”고 고백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현역 시절에 정말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줬는데 그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전문가를 활용하는 제도도 정착되지 않았다”며 “김병찬씨 같은 사례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장미란은 “은퇴한 선수가 직업 교육 등을 받으면 지원센터에서 60만원 정도를 지원한다. 메달리스트가 받는 연금, 부상 선수의 상해보험 지원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은퇴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지원”이라고 설명하자 김 감독은 “정말 그 정도인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장미란은 “일단 체육인부터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고, 김 감독도 “당연한 얘기다. 나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답하면서 장시간의 대화는 마무리됐다. 김 감독은 “이번에 장미란과 대화하면서 또 많은 걸 느끼고 반성도 했다”며 “체육인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겠다. 프로와 아마를 떠나 모든 체육인들이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감독님께서 조언과 격려를 해주셨다. 힘이 난다. 체육인 복지법, 태릉선수촌 이전 문제 등 체육계 현안이 참 많다. 감독님께 얻은 힘으로 안 되더라도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ㆍ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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