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채권단의 추가 긴축안이 예상 밖의 압도적 표차로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이로써 그리스 사태는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의 담판으로 운명이 결정되는 막다른 길에 봉착했다. 3차 구제금융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그리스의 국가부도가 현실화하고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가 불가피해 유럽단일통화 구축으로 유럽 경제공동체를 꿈꿨던 유로존의 급속한 위상 추락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투표 부결 이후 그리스의 향배는 채권단이 보다 완화한 긴축안으로 양보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국민투표를 “무책임한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협상중단을 선언했던 독일 등 주요 채권국들은 “그리스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고 해 막판 타협의 여지는 남겨뒀다. 그러나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 결과를 등에 업고 추가 채무탕감, 만기연장 등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커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당장 6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긴급유동성지원(ELA)’이 중단되면 그리스 은행의 지급불능 사태는 현실화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7일 열리는 유로존 19개 회원국들의 긴급정상회의는 그리스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다. 현재로서는 그리스 국민이나 채권단 모두 그렉시트는 선택지가 아니라는 인식의 공유에 희망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협상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리스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데 있다. 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채권단은 그리스에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쏟아 부었지만 사태는 진정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임금과 연금이 대폭 삭감됐음에도 국가부채와 실업률은 더 나빠졌다. 채권단이 해법으로 내놓은 긴축안이 먹히지 않은 것이다. 이를 놓고 채권단의 가혹한 긴축안이 그리스 회생에 독이 됐다는 비판과, 그리스 정치ㆍ관료 체제의 여전한 부패와 도덕불감증이 근본원인이라는 상반된 진단이 해법 도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애초 자격이 되지 않았던 그리스를 단일통화권에 포함시킨 유로존의 원죄도 거론된다.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은 그리스 위기가 유럽과 세계 경제권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위기 관리에 힘을 모으는 게 급선무다. 그렇잖아도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상태가 취약한 남유럽 국가들로 언제든 위기가 전이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에게도 그리스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하나 그렉시트가 현실화한다면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예상키 어렵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대책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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