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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골목길? 이젠 아이들 자연 배우는 '마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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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골목길? 이젠 아이들 자연 배우는 '마을학교'

입력
2015.07.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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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 '정다운 골목', 주민들 나서 텃밭 가꾸며 새 단장

오카리나스쿨 등 체험활동 열어… 공동체 회복 인정받아 수상도

삭막하기만 했던 골목을 그림과 초록의 화단으로 새 단장하니 생기 넘치는 공간이 탄생했다. 안양시 제공
삭막하기만 했던 골목을 그림과 초록의 화단으로 새 단장하니 생기 넘치는 공간이 탄생했다. 안양시 제공

경기 안양시 관악대로에서 관악우체국을 오른쪽으로 끼고 올라가다 보면 바닥에 꽃, 무당벌레 등이 알록달록 그려진 골목길을 만난다.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그림들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바람에 흩날릴 것만 같다.

폭 3~4m, 길이 30여m 크기의 이 골목길 양쪽은 상추와 배추, 고추, 시금치 등 채소와 야생화를 담은 상자텃밭 30여 개가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도심지 주택가 골목을 무질서하게 메우는 주차 차량을 여기선 단 한 대도 볼 수 없었다.

6일 골목길에서 만난 한 어린이는 “엄마, 아빠, 할머니들이 정성 들여 가꾸고 있는 것”이라고 자랑했다.

정감 넘치는 이 골목길의 이름은 말 그대로‘정다운 골목’이다. 골목길을 낀 주택 8채에 사는 30가구가 지난해 3월 동물 배설물과 생활쓰레기 등을 모두 걷어내고 단장한 뒤 이름을 붙였다. 예산 1,000만원은 안양시의 도시농업 공모에 참여해 마련했고 안양YMCA 등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을 얻어 재능기부도 받았다.

주민 정후교(45ㆍ여)씨는 “다세대주택이 다닥다닥 붙은 이곳은 이전엔 그냥 삭막하기만 했다”면서“우리 동네를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이웃집 할머니, 할아버지 등과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골목길에 볼거리가 늘고 생기가 흐르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이제는 인근 관악초등학교 학생들이 즐겨 찾는 쉼터로 자리잡았다. 아이들이 식물의 생육을 배우는 자연학습장이자 돌 치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는 놀이터가 된 셈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정다운 골목’주민들은 지난해 5,6월 골목길 한 쪽에 아예 의자를 깔고 다양한 체험ㆍ교육 프로그램을 열었다. 마을 사람들의 숨겨진 재능을 이웃과 나누고 배우는 ‘마을학교’를 꿈꾼 것이다. 마을 대표 할머니 전복임(70)씨가 손자의 이름을 따 ‘지훈 할매의 된장학교 고추장 스쿨’ ‘골목표 된장 만들기 학교’ 등을 진행하며 젊은 주부들에게 전통의 맛을 전수했다. 골목길 끝자락에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정선숙(여)씨는 ‘정 선생의 오카리나 스쿨’등을 열어 아이들에게 음악적 재능을 일깨웠다.

정후교 씨는 “좁디 좁은 골목에 학교가 차려지고 삶 속에서 체득한 생활 비법을 공유하는 즐거움이 있었다”며 “올해도 계획했지만 메르스 등의 여파로 강의를 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마을 공동체를 회복한 이곳은 지난달 경기농림진흥재단이 주최한 제2회 도시농업 텃밭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 등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주민들은 벌써부터 상금 150만원으로 골목길을 새 단장할 생각에 부풀어있다. 내심 관악초로 연결되는 통학로를 가꾸는데도 힘을 보탤 생각이다.

전복임 할머니는 “마을이 조성될 때인 40여년 전부터 터를 잡고 자식과 손자를 키운 이곳을 정감 넘치는 터전으로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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