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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전설이 된 '로즈웰의 UFO'

입력
2015.07.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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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7월 7일 미국 뉴멕시코 주 로즈웰(Rosewell)의 농부 윌리엄 브래즐(William Brazel)은 보안관에게 마을 북쪽 목장지대에서 이상한 추락 잔해들을 발견했다고 신고한다. ‘미확인 비행물체(UFO)’ 목격담과 보도가 빈발하던 곳이었다.

당일 군은 일반인의 현장 접근을 차단한 채 잔해들을 수거해갔고, 이튿날 오전 509전투폭격단 소속 윌리엄 블랜차드 대령은 기자회견에서 UFO의 잔해를 수거해 상부기관으로 이관했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제8공군사령부 로저 레미 장군은 “수거된 물체들은 기상관측용 기구의 잔해”라며 앞선 회견을 번복한다. 로즈웰 사건을 둘러싼 UFO 전설은 그렇게, 돌이키기 힘든 궤도로 진입했다.

한없이 가볍고 유연하지만 접히지도 찢어지지도 않는 물질, 표면의 낯설고 뜻 모를 기호들, 다른 현장에서 수습됐다는 외계인 시신…, 브래즐과 가족들, 퇴역 공군들의 증언들은 전설의 불쏘시개였다. 책이 출간되고, ‘X파일’ 같은 미스터리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사이, 전설은 음모론의 체계를 구축해나갔다.

급기야 미 공군은 94년 당초 발표를 또다시 번복, 소련 핵실험 관측 작전(모굴 프로젝트)에 동원된 기구의 잔해였다고 해명했고, 사건 50주년이던 97년 FBI는 ‘외계인 시신’으로 알려진 게 실은 추락 충격 실험용으로 탑재한 마네킹을 오인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국의 정보통제와 잇단 입장 번복은 음모론을 더욱 살찌웠다. CNN 여론조사의 응답자 80%는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물론 음모론의 세계에서 ‘로즈웰’은 극히 낭만적인 사례일지 모른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음모론의 시대’(문학과지성사)는 “음모론의 오묘한 쓸모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규명”한 책이다. 책에서 저자는 음모론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유보한다. 음모론은 극단적인 의심과 박해 망상, 명백한 반박 증거를 두고도 “증거 자체가 오염되었다”고 치부해버리는 맹신으로 작동하지만, 권력이 자기가 움켜쥔 정보와 어두운 진실을 감추기 위해 합리적 의심을 음모론으로 낙인 찍는 예도 흔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음모론의 시대인 까닭은, 쓸모가 음모를 낳고 음모는 새로운 쓸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의도와 별개로 이 책은, 음모론을 ‘합리적 의심’이라 철석같이 믿는 이들에게(거꾸로 합리적 의심을 음모론으로 오염시키는 말들에 대해) 그 믿음을 합리적으로 의심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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