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국민투표 직전에 발표한 그리스 채무탕감(헤어컷) 관련 보고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동안 그리스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IMF는 지난 2일 헤어컷 필요성까지 언급한 보고서를 내놔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IMF가 지난달 26일자로 작성한 ‘부채 지속가능성 분석 예비안’은 그리스 정부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헤어컷도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IMF는 줄곧 그리스의 경제성장률과 기초재정수지 전망을 근거로 채무 부담을 줄이지 않으면 정부부채를 상환할 수 없다며 유럽연합(EU) 측 채권단에 채무 부담 경감을 요구해 채권단 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IMF가 공식 문서에서 헤어컷을 명시한 것은 처음으로 그리스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012년 총선 때부터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탕감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지난 1월 말 집권한 이후 채권단과 협상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IMF 보고서 발표 직후 "IMF에 따르면 부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30% 헤어컷과 만기 20년 연장”이라며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져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 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투표 결과가 확정되자 거듭 IMF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이번에는 협상 테이블에 부채 문제를 올릴 것”이라며 채무 재조정을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따라서 채권단이 '3차 구제금융'을 시리자 정부와 협상하기로 결정한다면 합의안에는 채무 재조정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 등은 자국의 납세자를 의식해 채무 재조정에 반대했지만 EU 채권단 역시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으로는 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도청 문건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11년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받아도 부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EU 채권단은 2012년에도 그리스가 재정수지 목표를 달성하고 구제금융 프로그램 정책들을 이행한다면 추가 '채무 경감'(debt relief)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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