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과 보호복 벗는 곳 나눈 이중문… 공기 통하는 커튼이라 감염 쉬워
감염자 전원 다른 병원으로 이송… 확진자 2명 늘어 총 환자 186명
삼성서울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의 감염이 발생한 후에도 병원 측이 감염 방지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환자들을 한 병실에 입원시키는 등 허술하게 대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런 이유로 감염자가 계속 발생하자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받던 메르스 환자 16명 중 퇴원자 1명을 제외한 15명은 국립중앙의료원과 보라매병원 등으로 옮겨졌다. 주말 동안 삼성서울병원 의사 1명과 지난달 말 이 병원 암병동을 방문했던 환자 1명이 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5일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 측이 메르스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만든 일부 전실(前室)은 플라스틱 소재의 커튼을 여닫는 방식”이라며 “의료진들이 환자를 돌본 후 병실 공기가 다 들어오는 그 커튼 뒤에서 보호복을 벗기 때문에 감염이 매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전실은 바이러스가 병실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어진 음압 병실과 병원 복도 사이에 만들어진 별도의 공간으로, 병실 공기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한 번 더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의료진들은 이 곳에서 보호복을 입고 벗기 때문에 병실의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돼 있어야 한다.
지난달 17일 이 병원 방사선사에 이어 18일 간호사 감염이 확인되자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와 민관 합동 즉각대응팀은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추가 확산방지 종합대책’을 내놓고, 전실(이중 차단문) 설치와 이동형 음압기를 도입해 의료진의 추가 감염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나란히 있는 두 병실 중 한 곳을 전실로 만들거나, 플라스틱 소재 커튼을 달아 전실을 만들었지만 시설을 갖춘 후에도 의사 3명(169, 181, 185번 환자), 간호사 2명(183, 184번 환자) 등 의료진 환자가 속출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감염 관리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제일 큰 문제”라며 병원 측의 허술한 대응을 비판했다. 민관 합동 즉각대응팀 관계자는 “기존 병실에 간이 전실을 임시방편으로 만든 것이라 처음부터 제대로 만든 전실과 효과가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긴 이유 중 하나가 음압병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식 음압병실을 갖춘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의료진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
삼성병원은 또 메르스 환자 여러 명을 한 병실에 입원시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가 30명에 달할 정도로 많아지자 4명이 한 중환자실 병실에 함께 입원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공간이 부족하면 같은 병실을 쓸 수도 있지만, 감염병 환자들은 원칙적으로 1명씩 격리 입원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삼섬서울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메르스 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전실 설치 방식에 동의해 지난달 18~20일 25개를 만들었다”며 “또 ‘확진 환자들은 같은 병실을 사용해도 된다’는 보건당국의 기준이 있어 같은 병실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과 관련된 확진자 2명이 추가되면서 메르스 환자는 모두 186명으로 늘었다. 추가된 185번(24ㆍ여)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의사로 지난달 11~29일 메르스 환자 중환자실에서 일하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32번 환자의 부인인 186번(50ㆍ여) 환자는 지난달 29일 삼성서울병원 암병동 통원치료센터에서 4시간 동안 치료를 받았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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