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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섬세할 수 있을까

입력
2015.07.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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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세밀가귀'전

고려 나전 등 고미술품 전시

국당초문 경전함은 작은 나전조각으로 국화와 잎사귀무늬를 만들어낸 절정의 고려 나전 공예품이다. 삼성미술관 제공
국당초문 경전함은 작은 나전조각으로 국화와 잎사귀무늬를 만들어낸 절정의 고려 나전 공예품이다. 삼성미술관 제공

“나전 공예는 세밀하여 귀하다 할 만하다(螺鈿之工 細密可貴).” 중국 송나라의 사신 서긍(徐兢ㆍ1091~1153)이 고려를 방문한 후 쓴 책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서긍은 정교한 고려 공예품을 묘사하면서 특히 나전을 극찬했다. 조개나 전복, 바다거북의 등딱지를 얇은 조각으로 가공한 후 나무나 금속기의 표면에 붙여 장식하는 나전기법은 통일신라 때 당나라에서 전래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려 장인은 이를 중국인보다 더 세밀한 솜씨로 갈고 닦았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는 특별전 ‘세밀가귀-한국미술의 품격’은 제목 그대로 세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한국의 중요 고미술품을 무늬ㆍ형상ㆍ그림으로 구성한 전시다. 조지윤 삼성미술관 책임연구원은 “흔히 한국의 전통예술은 ‘여백’로 대표되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알려졌지만 세밀한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들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 모양의 받침, 연꽃 모양의 몸통, 산 정상에 봉황이 서 있는 뚜껑으로 구성된 백제 금동대향로. 삼성미술관 제공
용 모양의 받침, 연꽃 모양의 몸통, 산 정상에 봉황이 서 있는 뚜껑으로 구성된 백제 금동대향로. 삼성미술관 제공

한반도 공예기술의 세밀함이 절정에 다다른 것은 고려 때다. 이번 전시에는 희귀한 고려 나전 유물 8점이 소개된다. 나전으로 장식한 고려 목조 경전함은 완전한 물건이 전세계에 단 9개 남아 있는데 그 중 6개를 볼 수 있다. 9개의 국화꽃잎을 각각 다른 나전조각으로 일일이 붙이고, 그 주변은 더 작은 나전조각으로 빈틈없이 장식한 국화무늬 경전함은 고려 나전의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나머지 2개는 염주와 화장도구를 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합(盒ㆍ뚜껑이 있는 그릇)이다.

또한 1229년 제작된 청동은입사 운룡문 향완(국보 제214호)의 표면을 가득 채운 은은한 봉황과 용 그림은 고려의 은입사(銀入絲ㆍ금속공예품의 표면에 작은 홈을 파고 은실로 홈을 채우는 공예법) 기술의 절정을 보여준다. 청자투각 칠보문 향로(국보 제95호)는 고려 청자공예기법을 총동원한 명작이다. 몸통을 섬세하게 양각한 연꽃으로 둘러싸고, 향이 퍼져나가는 공 모양의 뚜껑을 투각(透刻ㆍ구멍을 뚫어 조각함)해 만들었다.

삼국시대의 정교한 손재주를 보여주는 공예품은 부여 능산리의 절터에서 발굴된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를 꼽을 수 있다. 향로 받침을 장식하는 용은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고개를 꼿꼿이 들고 하늘로 손을 뻗는다. 향로 뚜껑에 장식된 산 속에는 신선과 동물,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들이 세밀하게 주조돼 있다.

고려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조선에도 초상화와 기록화, 진경산수화 등 일부 회화에서 꼼꼼함을 볼 수 있다. 그림의 폭이 8.5m에 달하는 이인문(李寅文)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는 그 방대한 분량도 인상적이지만 물동이를 이고 가는 청년, 소나무 아래 앉아 풍류를 즐기는 선비, 나귀를 끌고 시장에 모여드는 상인들 등 사람들의 삶의 모습까지 묘사한 섬세함이 돋보인다. 9월 13일까지. (02)2014-6901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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